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78

쑥국 쑥국 쑥쑥국/ 정숙자

쑥국 쑥국 쑥쑥국 정숙자 깊어진 눈 떴다 감을 뿐 그러나, 거기 흐르는 눈물 식혀주는 바람과 구름 하늘은 됫박머니 시절 내 자란 곳 부용에서도 그랬었다 소금꽃 흘러내리던 선친의 적삼··· 대 끊긴 무덤을 넘어 외로이 울음 운 쑥국새 쑥국 쑥국 쑥쑥국 박 속 파내듯 여름 내내 산과 산을 감고 있었다 -----------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부용(김제군)에서 태어남,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항아리/ 정숙자

항아리 정숙자 소 무 배추 곁에서 태어난 모양 그대로 항아리가 앉아 있다 분이는 벌써 돌아갔지만 처음부터 속이 빈 항아리 입가에는 아직도 주름이 지지 않았다 왱그랑 땡그랑 풍경 속 잉어 떼가 바람에 낀 먼지를 털어낼 때도 본관을 흙에 둔 조선 항아리 산이나 들 하늘과 사돈 앞뒤로 둥글게만 믿고 싶었다 ----------------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부용(김제군)에서 태어남,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