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78

가지 않는 오월/ 정숙자

가지 않는 오월 정숙자 시누대 한 매디 길이도 안 되는 목숨 두견이科의 틈에 끼어서 운다 온몸에 이끼꽃 솟아나도록 그늘진 바위 쳇기 앓는 밤이면 합죽선 펼쳐 바람도 보내시는 한울님 올해 단오날은 그네도 아니 매고 담 급한 전라남도 망월동 치고 나앉은 秋史의 모르는 친구 나도풍란 한 잎 둘레도 안 되는 삶을 엉겅퀴科의 꽃들 틈에 끼어서 운다 --------------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부용(김제군)에서 태어남.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