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면곡/ 정숙자 춘면곡 정숙자 육간대청 누르고 서서 꿈틀꿈틀 물오르는 그리움 天竺國 돌부처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 꽃소식 不歸는 달을 꼬집어 강물 오백 리 저리로 흘러갔는데 외딴집 영산홍 성냥골 타듯 숨소리 한껏 몰아 끌어안는 봄 --------------------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1.03.04
난초와 나/ 정숙자 난초와 나 정숙자 혼자는 먹을 줄도 옮겨 앉을 줄도 몰라 벌써 몇 해인데 제 몸 하나 추스리지 못할까 무던한 돌도 땀띠 나는 복중인데 一莖七鶴 말없이 올리는 꽃대 에그, 몇 해를 더 살아야 비린내 나는 내 육신 네 뒤꿈치나마 따를 수 있을까 -------------------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1.03.03
차창 밖/ 정숙자 차창 밖 정숙자 창세기 적 구름 휘몰린 산맥 쇠버짐 긁던 무덤이 두엇 뿌리 끝 궁금한 햇살 三綱五倫 거슬러 거슬러 호박벌 날아간 유리창 마을 급한 일 잊으신 할머니 곁엔 눈 귀 총명한 검둥 강아지며 툭툭 불거진 홍봉숭아꽃 -------------------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1.02.24
영산홍/ 정숙자 영산홍 정숙자 그 몇 백 년 전 그런 때도 무수리였을까 오로지 그리움뿐인 것을 그뿐인 것을 보름달 전족시켜 모서리 모서리 물어뜯으며 작약순 새빨갛게 구기는 春宵 육바라밀 밀쳐 여는 진홍저고리 -------------------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한국문연> 펴냄 * 정..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1.02.17
법주사/ 정숙자 법주사 정숙자 툇마루 걸터앉아 반야심경 베끼는 구름 고요 고요 시끄러워 몸살 난 홍작약 댓돌 위 한 켤레 낡은 고무신 어머니 서 계신 마을 스님의 방 -----------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한국문연>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부용(김제군)에서 태어남, 1988년 『문..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1.02.16
상사화/ 정숙자 상사화 정숙자 올해도 스승 앞에 돌아온 眞伊 실겹사 단속곳 다 벗어 두고 부끄러이 맨몸으로 목 빼는 羽面調 여기서 고운 것 님의 무정뿐 화선지에 속살 묻어 추웠던 나이 -------------------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한국문연>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부용(김제..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1.02.15
정읍사의 달하/ 정숙자 정읍사의 달하 정숙자 송아지의 여물통에 드러누워 귀를 뜯겨도 금빛 노래 남아도는 정읍사의 달하 눈을 뜬 채 하늘로 갈 밖에 없었다는 아낙의 이야기가 짓무르도록 남아도는 정읍사의 달하 언젠가 웃음 짓던 사람 다 못하고 떠난 얘기도 볏단처럼 묶어내는 강물을 건너 슬플 때나, 마..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1.02.14
바위/ 정숙자 《동아일보》2004.7.19 / 이 아침에 만나는 시_ 반칠환(시인) 바위 정숙자 아니 되는데, 다시 틀 눈 하나쯤 남겨 두었어야 했는데 흥부네 박꽃 앞질러 욕심껏 영글어 버린 목숨 조약돌마저 배워 그 분수, 배워도 열심히 배워 앞 뒤 없이 캄캄한 一家 천 년을 보내고, 또 천 년을 내리구른들 어..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1.02.13
청야음/ 정숙자 청야음 정숙자 끼니 굶지 않을 만하고 집은 새지 않을 만하고 글 국문 편지쯤 써낼 만하니 釋迦牟尼 부처님 누이 아니랄 밖에 만에 하나 한 눈금, 반 눈금일지라도 예서 욕심을 늘릴 양이면 어디에 걸릴 건가 이승의 삶 ------------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한국문연&g..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1.02.12
가을날/ 정숙자 가을날 정숙자 가을날 바라춤 추는 수숫대 아래 무당으로 풀린 귀뚜라미 어느 시대 이름 없이 살다 간 시인의 발자취인가 쓰개치마로 고운 보름달 온 세상 품고 잠들었건만 기러기발 다친 거문고 긴긴 고드름 내리는 하늘 -----------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한국문.. 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2011.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