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생활/ 정숙자
시와 생활 정숙자 나에게는 삼십 년 넘어 위안을 주는 공책이 한 권 있다. 열서너 살 때부터 여기저기서 읽고 베낀 시들로 채워진 보고다. 거기 적힌 어느 시 한 편인들 나에게 꿈과 빛이 아니었으리요, 마는 그 중에서도 특히 내 삶이 고단할 때마다 펴보았던 시 한 편을 여기 옮길까 한다. 나는 바다로 가야지, 쓸쓸한 바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서, 내 오직 원하는 것, 돛대 높직한 배 한 척과 방향을 가려줄 별 하나, 타륜의 돌아가는 충격, 바람의 노래, 펄럭이는 흰 돛폭, 해면을 뒤덮는 잿빛 안개, 훤히 트여 오는 새벽하늘만 있으면 그만이어라. 나는 다시 바다로 가야지, 흐르는 조수가 부르는 소리; 거역치 못할 난폭한 소리, 분명히 날 부르는 소리를 따라, 내 오직 원하는 것, 흰 구름 날리는 바람 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