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작은 화분에, 구름/ 강서완

검지 정숙자 2015. 8. 15. 15:13

 

 

      작은 화분에, 구름

 

       강서완

 

 

  1

  시시해

  햄버거 속 머리카락

  아파트 층간 두께

 

  답이 없는 안부

  명단 잃은 좌석

  선한 말에 붙인 아플리케

  갑질의 수직문화

 

  햇살이 쓰담쓰담

  바람으로 쓸어간 자리

  사소한 분노는 미미해

 

  우리는 다반사로

  제 거미줄 흔들어

  지척에 감정을 던지고

  어제의 온기도 잃고

  감전되지, 고압에

 

  스스로 높고 뻣뻣한 건물

  속도위반 과태료

  입원실의 가면증환자

  가면 뒤의 조항

  우리는 각자 흐릿해

 

  2

  한낮이 된 백야를

  커튼 친 어둠을 분노하는 우리는

 

  정석을 떠나 오지로 가고

  창가 화분도 바다를 넘고

  때론 옥상에서 투신도 하지

 

  유폐된 달

  돌이 된 별

  목이 긴 섬

 

  한 조각 그늘을 빠뜨린 밤

  지구 밖을 휘도는 그 밤

  

 

*『불교문예』2015-봄호 <신작시> 에서

강서완/ 2008년 『애지』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