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고래의 귀향/ 우대식

검지 정숙자 2015. 8. 31. 21:46

 

 

      고래의 귀향

 

      우대식

 

 

  2010년 어느 여름이던가

  시인 함기석은 이런 시를 썼다

  백 년 후에 없는 것들(여러 시인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었다)

  오늘 겨울날의 저문 상갓집에 앉아있다

  고 박남철 시인

  함기석의 예언이 너무 일찍 실현되었다

  눈이 좀 더 내려야 하리

  송이송이 이런 눈 말고 엉망진창의 진눈깨비

  물속을 유영하던 한 마리 포유류가

  뭍에서 한참 울다가 돌아갔다

  타앙 타앙 물결을 거스르고 내리치던 오만한 꼬리를

  가만히 내려놓았다

  이마를 거쳐 콧등 그리고 목덜미로 흐르는 피

  완강한 고래 한 마리가 홍해로 돌아갔다

  끝내 고향 땅에

  묻히고 말걸

  그렇게 살고 말걸

  이제 모두 안녕히

 

    

  *『시에』2015-가을호 <시에 시>에서

  * 우대식/ 강원도 원주 출생, 1999년『현대시학』으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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