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름
강서완
자음을 잃은 소녀야
네 날개에 태양의 지문을 찍자
꽃을 밀어 봐
별을 불러 봐
냉기로 붙박인 별과 별과… 별의 거리
차량을 세워 구걸하는 소녀야
불타버린 아버지 어머니
흰 별의 값을 삼촌이 탕진했구나
수년 발길질에 터진 머리
온몸엔 상처
맨발의 열쇠는 이마에 끓고
눈동자엔 멍한 거미줄
여름은 신발을 벗고
봄은 지하에 갇힌 지 오래
파르마콘을 쥔 화단에
칸나는 알이 굵어지는데
자음을 찾는 소녀야
솟아오르는 흰 새를 보았니?
틈을 벌려 봐
벽을 밀어 봐
여름은 속도가 아니라 사무친 신념이란다
*『시와정신』2015-봄호 <신작시>에서
* 강서완/ 경기 안성 출생, 2008년 『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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