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를 찾아서, 도연명의 <도화원기>/ 김경엽(金京燁)
유토피아를 찾아서, 도연명의 김경엽金京燁 1. 낙원의 꿈, 무계정사 봄날이 산책길에 오래된 집터를 발견한 적이 있다. 인왕산 자락이 흘러내리다 잠시 멈춘 듯 아늑한 곳이었다. 종로구 부암동 소재 "무계정사武溪精舍" 터였다. 집터 근처 바위에 새겨진 '무계동武溪洞'이란 글씨는 힘차고 늠름했다. '무계'가 '무릉계곡武陵溪谷'의 준말이라면, 이곳을 그 옛적 이상향의 상징인 '무릉도원'으로 명명한 이는 도대체 누구였을까. 궁금증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귀가하는 즉시 인터넷 검색엔진을 돌렸다. 의문은 이내 풀렸다. '무계정사'는 1452년 5월결 세종이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安平大君, 1418~1453)이 지은 별장이었다. 그로부터 1년 후, 둘째 형인 수양대군과의 권력투쟁에서 패한 안평대군이 사사賜死되었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