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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은 미지(未知)이다/ 장석원

검지 정숙자 2017. 12. 26. 02:23

 

 

    리듬은 미지未知이다

 

    장석원

 

 

  이 미지의 동력. 이미 지의 영역 너머로 이동한 리듬. 이미지의 3차원을 뚫고 나간 리듬.

 

  리듬은 시간과 공간을 결합시킨다. 리듬은 시간을 공간위상으로 치환한다. 리듬은 언어에 시간과 공간을 부여한다. 리듬은 공간과 시간을 결합한다. 리듬은 언어의 통사적 조직에 시간이라는 생명을 부여한다. 리듬은 통사 체계에 움직일 수 있는, 고정될 수 없는 의미의 해석 공간을 마련한다. 분해될 수 없는, 확정된 개념으로 치환할 수 없는 리듬. 그 무한. 이 중합적 시스템의 편재. 리듬은 그 모든 것에!

 

  내 몸이 기록한 리듬을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시의 리듬도 음악의 리듬도 알 수가 없다. 리듬이라는 괴생명체. 나는 리듬의 주인이 아니다. 내가 리듬에 기생한다. 리듬이 나를 부르고, 리듬이 나를 연다. 리듬이 나에게 다른 자가 되라고 명령한다. 리듬이 시의 발생 지점에 있고, 리듬이 연어를 조직하고, 리듬이 저 세계의 언어에서 나의 언어를 추출하게 하고, 그것이 내 영과 육의 노래를 변주하고, 그것이 저 세계에 내 언어의 못을 박아 넣는다. 리듬은 동력이고 언제나 생성이다. 리듬은 언제나 차이이고 파괴이다. 노래한다. 리듬은 흐름, 리듬은 와류, 리듬은 입체, 리듬은 혼돈, 리듬은 벡터 좌표

 

  나에게는 『리듬』이 있었다. 지금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나오자마자 사라졌다. 그 『리듬』은 이제 나의 '리듬'이 아니다. 나는 새로운 리듬을 기다린다.

 

 『리듬』에 실린 작품 중에 「시영이 생각」이 있다. 나의 혈육이 보인다. 그의 생을 기억하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은 통사(체)의 실행 모델이었다. 언어를 조형하는 문장의 구조. 주어→수식어→수식어→수식어→목적어→수식어→서술어, 수식어→주어→수식어→목적어→수식어→서술어… 배열, 분배, 직렬, 병렬, 중복, 반복, 전진, 회귀

 

  내가 바라보는 문형文型들, 통사체統辭體들. 백석과 서정주의 시를 듣는다. 그들의 리듬을 몸에 새긴다. 그것은 많은 예들 중 하나일 뿐. 나는 그가 아니고, 나는 그가 될 수 없고, 그는 다시 나타날 수 없다. 서정주의 아류들, 백석의 오마주. 그것이 아니라, 그것을 부정하는, 다른 리듬이 필요하다. 백석과 서정주와 김수영의 중합이 가능할 것이다. 김소월을 기저로 한 변양체를 꿈꾼다. 정지용은 제로 리듬의 기준이 될지도 모른다. 성공화 실패는 중요하지 않다. 리듬은 표현의 기술이 아니다. 리듬은 삶의 본질이다. 리듬은 언어의 기관器官/機關이다. 리듬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리듬을 살아야 한다. 그런 리듬이 있을 것이다.

 

  통사 시스템이 주조鑄造하는 리듬.

  내 앞의 리듬들, 그 에너지의 배열.

  리듬의 단독자單獨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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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파란』2017-여름호 <issue 2       내 시의 리듬>에서

  * 장석원/ 2002년 《대한매일신문》을 통해 등단, 시집『아나키스트』『태양의 연대기』『역진화의 시작』『리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