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편 346

소나무 이야기/ 임정현

소나무 이야기 임정현 이 땅의 나무는 대강 1천여 종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선호하는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소나무이다. 두 번째로 좋아하는 나무보다 그 숫자가 10배나 더 많으며 십여 년 전의 조사 결과도 같았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왜 소나무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일까? 세계적으로 소나무는 100여 종이 넘으나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잎 2개가 한 짝을 이루고 줄기는 붉고 구불구불한 토종 소나무와 잎 2개가 짝을 이루고 줄기에 싹이 나며 곧게 자라는 미국산 '리기다소나무(Pinus Rigida)'이다. 우리 소나무가 한반도에서 자라기 시작한 것은 6천여 년 전이며 1천 400여 년 전부터 그 세력이 왕성해졌다고 한다. 소나무의 학명은 '파이너스 덴시플로..

에세이 한 편 2022.02.17

아를(Arles) 하늘의 별이 된, 빈센트 반 고흐/ 조성찬

아를Arles 하늘의 별이 된, 빈센트 반 고흐 조성찬/ 관광학 박사 Van Gogh는 네델란드 사람이다. 이름의 Van은 네델란드인들의 이름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설에 의하면 뼈대 있는 집안의 사람이라고 한다. 영어로 from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가문 출신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출신 가문과는 무관하게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은 고달팠다. 반 고흐의 아버지-테오도리스 반 고흐-는 개신교 목사였는데, 반 고흐의 어머니 안나와의 사이에는 6남매가 있었고 반 고흐는 그중 맏이였다. 반 고흐가 태어나기 1년 전 그의 형이 사산되었다. 형의 이름은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라 빈센트 반 고흐로 지어졌는데, 사산한 아이에 대한 그리움은 그의 부모로 하여금 반 고흐에게 그의 형과 할아버지 이름을 따라 빈센트 반 ..

에세이 한 편 2022.02.05

나비에게/ 이연옥

나비에게 이연옥 가곡 '나비에게'라는 시가 태어나게 된 아침이 있었다. 밤새 한 줄기 비가 지나간 아침이다. 구름 속에서 활짝 솟은 아침 햇살이 발길을 밖으로 몰고 간다. 아침 식사 준비를 할 겸 텃밭으로 나가려고 현관문을 열고 나온다. 눈이 부시게 피어 있는 꽃 한 무더기가 황홀하게 한다. 샤스타데이지, 하지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피어 이슬에 젖어 있다. 하얀 꽃잎에 노란 꽃술이 든 꽃은 언제 보아도 희열을 느끼게 된다. 특히 이슬에 촉촉하게 젖은 아침 꽃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야채를 뜯으러 가던 발길을 샤스타데이지꽃 쪽으로 옮겼다. 이슬에 젖은 꽃들이 물빛 서슬을 입은 것 같다. 방울방울 이슬을 이고 있는 꽃송이들이 새로워 보인다. 촉촉한 느낌의 꽃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찬찬히 꽃을 들여다보..

에세이 한 편 2022.02.02

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이연옥

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이연옥 가족들이 모이는 날이면 가장 중요한 안건 중 하나가 '아빠의 노후를 즐겁게 만들어 드리자.'였다. 그렇다고 그가 즐겁게 생활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르신들과 모여서 고스톱을 한다든지, 가끔 주막집이나 맛 좋은 음식을 찾아다닌다든지, 또 마을 노인정에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때우며 지낸다. 하지만 좀 더 발전적인 쪽으로도 시간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젊은 날의 역량을 살려서 활동적으로 움직인다든가, 생각의 세계를 넓히는 취미를 가지고 생활하면 좀 더 뜻있고 즐거운 노후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평생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남편이다. 하지만 이제 농사도 줄어들고 모든 일이 기계화되면서 왠지 모르게 그의 출..

에세이 한 편 2022.02.01

동병상련_자원봉사 활동기 외 1편/ 고종목

동병상련 자원봉사 활동기 고종목 쇼핑하는 일을 돕기로 한 시각 장애인과 홍제동에서 약속한 시간에 만났다. 자원봉사자와 시각장애인이 만나면 봉사자가 팔을 잡으라는 신호로 장애인의 팔에 봉사자의 팔을 갖다 대는 신체 접촉이 있게 된다.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장애인 그녀가 내 왼팔을 잡다가 멈칫 놀라는 듯 "왜 팔이 이렇게 가늘지요" 물었다. 나는 태어나서 백일을 지난 때 하룻밤의 고열로 인해 왼팔을 전혀 쓸 수 없는 소아마비 장애인이 되어 평생을 오른팔 하나에 세상을 의지해 힘들게 살아왔다고 설명을 했다. 그녀는 한참을 말이 없다가 망설이는 듯 "아저씨는 불편한 몸으로 시각 장애인들을 도우세요" 했다. 그녀는 중도 실명으로 죽고 싶도록 심한 갈등을 겪었다며 실명한 지 십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람을 만나고 ..

에세이 한 편 2022.01.30

착한 지렛대/ 고종목

착한 지렛대 고종목 생후 백일 무렵 하룻밤의 고열로 소아마비 장애아가 되었다. 일곱 살 때 아버지를 잃었다. 사춘기 때는 양담배 · 껌팔이를 했다. 16세에 시골 노산 국민학교의 소사 노릇을 했다. 안남미 쌀 서 말의 보수로 다섯 식구를 책임지는 소년가장이었다. 19세에 양복점에 들어가 기술을 배워 성한 오른손에 잡은 바늘로 한 땀 한 땀 사랑도 깁고 인생도 깁는 바느질 장인이 되었다. 두 팔로 살아도 힘든 세상 한 팔로 살자니 절망할 때가 많았지만 온전치 못한 팔 하나가 오히려 나를 일으켜 세우는 지렛대가 되고 버팀목이 되어 주어 힘을 얻었다. 아주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남이 날 버린다고 나도 나를 버리리까?' 초등학교 국어책에 수록된 이상은 시 「앉은뱅이 꽃」 시 한 줄이 나를 변화시켜 시인이..

에세이 한 편 2022.01.30

이슬받이*/ 임금희(수필가)

이슬받이* 임금희/ 수필가 이슬이 내려온 길을 걷듯이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아침안개가 걷히는 길 속으로 이슬에 맺혀 있는 오솔길을 걷다보면 신발이 젖고 종아리는 축축하고 풀들이 엉겨 붙었다. 그렇게 발을 적시며 학교를 다녔다. 구불구불 이어진 이슬받이를 걷고 또 걸으며 벗어나고 싶었다. 그 길 어딘가에서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어나고 풀이 돋다나고 있었는데 그때는 그저 발이 젖는 것이 싫었다. 소박하면서도 묵묵한 나무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름 모를 풀들이 이슬을 먹으며 커가는 걸 몰랐다. 눈길은 그저 산 너머 먼 곳을 바라보았다. 널찍한 한길처럼 발이 젖지 않는 길을 다니고 싶었다. 한번은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컴컴해질 때 그 길을 갔던 적이 있다. 짧아진 해를 잊고 있었다. 무서움을 누르고 달렸..

에세이 한 편 2022.01.13

아름다움은 구원인가/ 손기찬(건축가)

아름다움은 구원인가 손기찬/ 건축가 얼마 전 LH공사 사건이 뉴스에 도배된 적이 있다. 그중 빗금 그물망으로 아름답게 장식되고 날렵하게 마무리된 본사 사옥의 외관이 도리어 나의 시선을 불편하게 하였다. 지방의 들판에 우뚝 치솟은 건물의 수려한 자태는 업무시설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또 공공성으로서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불쑥 펼쳐진 사건과 자꾸만 겹쳐 보인 것은 과민한 반응일까? 이 건물을 꼭 집어서 비평하고자 함은 결코 아니다. 사실 전국 대부분의 신청사들이 하나같이 주변 환경과 더불어 좋게 하기보다 오히려 주위를 빈곤하게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좋게 부각되는 경쟁에 나란히 하고 있다.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다수의 보편성으로나 신사조로 정당화하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불완전해 보인다. 지나간 예술평론가..

에세이 한 편 2022.01.12

『인간희극』이 보여주는 미스터리한 세계/ 김성달(소설가)

『인간희극』이 보여주는 미스터리한 세계 김성달/ 소설가 발터 벤야민이 "모든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빅토르 위고의 이름이 들어갈 자리에 발자크의 이름을 넣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위대한 작가 발자크. 누구보다도 돈을 사랑해 소설 창작 말고도 온갖 사업을 벌이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바람에 앞문과 뒷문이 함께 붙어 있는 집에 살면서 빚쟁이가 오는 기척이 느껴지면 뒷문으로 도망쳐야 했던 불운한 천재. 그러면서도 모두가 잠든 밤이면 도미니카회 수도복을 입고 커튼으로 막아 바깥 세계와 완전히 차단한 공간의 네모난 작은 책상 앞에 앉아, 커피만 마시면서 하루 열다섯 시간 이상의 작업을 통해 『인간희극』의 세상을 창조한 작가. 그가 창조한 『인간희극』의 세상은 파리라는 도시를 소설로 바꾸어 놓은 거대한 작업이었다. 그..

에세이 한 편 2022.01.08

장상용_라임라이트 · 39/ 프로메테우스

프로메테우스 장상용 '전지전능全知全能.' 이 단어에 어울리는 자는 인간 중에 없습니다. 오로지 이 단어는 신神을 수식하거나 지칭하기 위한 표현으로 존재해왔습니다. 인간은 신의 전지전능을 한편으로는 두려워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러워해왔습니다. 이것이 종교의 기원 아닐까 생각합니다. 신의 관점에서 짐승이나 다름없던 인간은 이제 신의 권능에 도전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철학자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선언함으로써 신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것도 오래 전의 일입니다. 프랑스대혁명 당시 평민 출신의 검사 로베스피에르가 '태양왕' 루이14세를 상징하는 절대왕정의 후예인 루이16세 부부, 왕족과 귀족들을 단두대에 세운 것처럼 말입니다. 전지전능한 신들은 쇠락한 왕족과 귀족처럼 사라졌지만, 그들 중 우리가 잊지 말아야 ..

에세이 한 편 2021.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