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야학

검지 정숙자 2018. 3. 9. 02:06

 

 

    야학

 

    정숙자

 

 

  비탈에서 여위는 날개가 있네

 

  매 순간 씻긴 그의 눈

  지독히도 잔잔하네

  깊고도 맑네

 

  그것으로 거친 길 소임을 다 했다 하네

 

  아직도 흰 깃털들

  삼가며 입었음을 증명하네

  남은 것 그뿐이라네

 

  곳곳으로 날아가고 뿌려진 파, 열, 음 장차 어디선가 다시 깨어날 수

도, 흔적 없이 사라질 수도 있네. 겨, 울, 길앞둔 노을 녘, 이제 기도할

따름 어찌할 도리도 힘도 없다네.

 

  그때, 거기, 꼭대기에 신이 계시네

  그의 임무/권리/사랑이 드디어 시작되네

 

  신은 항상 (어디서나) 출발하는 자이며

  결론짓는 자이며

  진행자라네

 

  무릇, 강호엔 그렇게 씌어있네

 

  찌그러진 돋보기 달-하나 들고

  멀리 살피시는 분이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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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시학』2018-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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