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
정숙자
비탈에서 여위는 날개가 있네
매 순간 씻긴 그의 눈
지독히도 잔잔하네
깊고도 맑네
그것으로 거친 길 소임을 다 했다 하네
아직도 흰 깃털들
삼가며 입었음을 증명하네
남은 것 그뿐이라네
곳곳으로 날아가고 뿌려진 파, 열, 음… 장차 어디선가 다시 깨어날 수
도, 흔적 없이 사라질 수도 있네. 겨, 울, 길… 앞둔 노을 녘, 이제 기도할
따름 어찌할 도리도 힘도 없다네.
그때, 거기, 꼭대기에 신이 계시네
그의 임무/권리/사랑이 드디어 시작되네
신은 항상 (어디서나) 출발하는 자이며
결론짓는 자이며
진행자라네
무릇, 강호엔 그렇게 씌어있네
찌그러진 돋보기 달-하나 들고
멀리 살피시는 분이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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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시학』2018-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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