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녹청

검지 정숙자 2018. 3. 13. 02:40

 

 

    녹청

 

    정숙자

 

 

  눈물은 언제 소리를 떨어뜨렸나

  눈물은 어디서부터 소리를 분리시켰나

 

  소리를 배제한 눈물… 그는

  진화일까? 그렇다면 과연

 

  그를 온전한 '울음'이라 할 수 있을까

 

  소리가 소거된 눈물을 일러 '울었다' 한다면 (그건) 어긋난 컷 아닐까? '눈

물이 났다'고까지만 그려야 옳지 않을까?

 

  진정 울음이란 가슴 미어지는 소리를 동반한 피의 외출인 것이다

 

  나이 들면서

  머리로 가슴을 다독이면서

  격리시키거나 억눌러 버릇한

 

  울- 音~

 

  신생아 또는 어린이들이 터트리는 울음 은,

  그 얼마나 충실하고도 산뜻한 색상인지!

 

  응시에 응시를 거듭한 내 울음은

  단단한 배와 가슴을 뜯어 먹혀도

  (다만) (홀로) 눈물 지필 뿐

 

  허다히는 그 눈물마저도 없이 울게 되는 것이다

 

    -------------

   *『신생』 2018-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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