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합니다
정숙자
전쟁/ 6.25전쟁(1950-1953)의 중간 지대인 1952년에 저는 태어났습니
다. 그러므로 몸소 전쟁을 겪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적어도
생후 몇 년은 지나야 인지와 기억력이 움트는 존재니까요. 하지만 ‘전쟁’
은 늘 전후좌우에 배치되어 간접경험의 층을 두껍게 하였습니다. ‘반공-
적화야욕-간첩’ 따위의 정서 속에서 60여 년을 건너온 겁니다.
휴전선/ 그동안 제가 인식한 전쟁은 카오스입니다. 극도의 어둠이며 혼
란의 정점, 불행의 온상일 뿐. 우리나라는 종전국가가 아니며 말 그대로
휴전국가입니다. 남북이 평화통일을 꿈꾸고 있지만, 60여 년의 행적으로
볼 때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 상태에서 진정
한 평화를 이끄는 길은 오직 중립국을 지향하는 일입니다.
국경선/ 휴전선은 국경선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안정된 미래
를 밝혀줄 것입니다. 남북은 국방에 동원되는 싱크탱크를 행복을 위해 써
야 합니다. 휴전선이 국경선이 되면 국토가 작아져서 안 된다고요? 그보
다 작은 나라도 여럿 있습니다. 이제 두뇌가 비전인 시대입니다. 휴전국인
상태에서 태어나고, 살고, 무덤으로 가는 인명들, 안 됩니다.
중립국/ 위정자들은 국제기구에 건의할 것을 제안합니다. 남북이 서로
침략하지 않는, 어느 나라와도 전쟁하지 않는 중립국이 된다면 무역과 관
광, 문화 교류도 다채로울 것입니다. 자국이나 주변국에서도 더 이상 저
아픈 휴전선이 ‘안보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각기 독립을 꿈꿔야만
진정한 민주주의도 진보도 평화도 우리의 것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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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문학』제2호(2017.11.15.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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