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소리신문》2018년 신년시
죄송해요, 하나님
정숙자
이렇게도 깨끗한 태양 다시 떴는데
죄송해요, 하나님
아물지 않는 상처를 안고
기도문 외우는 첫 날입니다
손 모으기도 부끄러운 첫 날입니다
시인은 시보다 먼저 마음을 써야 했건만
딴은, 시인이 아닌 그 누구라도
먼저 마음을 다스리고 펴야 했건만
뉴스를 틀면 싸움뿐
책을 펼치면 어둠만이 가득합니다
세상에 없는 문 어찌어찌 스스로 열고
순식간에 삶을 빠져나가는 목숨들…
죄송해요, 하나님
더 이상 얼굴을 들 수도 없으리만치
당신을 아프게 한 저희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아들이라 품고 쓰다듬으며
한없는 자랑으로 기다리시겠지요
죄송해요, 하나님
올해는 힘껏 눈물을 재워볼게요
등불을 켜주세요, 사랑하는 나의 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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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소리신문》2018-신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