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독거시인

검지 정숙자 2018. 3. 20. 01:23

 

 

    독거시인

    - 이웃들

 

    정숙자

 

 

  고독은 약자를 노린다

 

  하지만 그와 대적해선 안된다

 

  그가 약자를 찾는 이유는 '지금이 바로 강해질 기회'임을 알리려는

것 뿐, 악의의 접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긴밀한 우정이 어

디 있겠는가. 고독은 자아를 성찰케 하고 미욱함을 살피게 하며 의지

를 세우게 한다.

 

  한 사람이 한 걸음 나아가면 열 명의 적이 나타나는 이 지옥에서,

고독한 시공을 멀리한다면 머잖아 우리의 예지는 녹이 슬고, 눈빛 또

한 안개에 싸여 햇빛이 쏟아져도 눅눅할 것이리라. 얼마 전 새 이웃

과 인사를 했다.

 

  "종종 차 마시러 와도 될까요?" 일초일순 일사각오 일촉즉발 "아

안 돼!"라고 답했다. 그 후 이웃은 벌어졌다. 오며가며 내 그림자만

얼비쳐도 외면해버린다. 시간 때문이라고 미리 일러두었지만 그리

넘어가긴 힘든가보다.

 

  다시 한 겹 고독해진다

 

  좋아, 고독은 가장 두꺼운 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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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사람』 2018-봄호 <시와사람 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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