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전 - 온달의 회상 윤석산尹錫山 말을 안 해도 하루 종일 살 수 있었던 때가그리웠다. 나무나 냇물이나, 꽃이나 새나, 말이 없어도 우리는 서로 통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말속에 감추어진 말. 그것을 다시 파헤쳐야 하는 말. 외관을 정제한 말. 갓끈을 졸라맨 말. 말을 타고 거드럭거리는 말. 시위를 떠났다가도 다시 되돌아와 내 가슴에 박히는 말. 말을 하면 그저 말로써 끝날 수 있을 때가 그리웠다. '어무이' 하고 부르면, '오냐' 하고 가슴으로 번져오던, '얘야' 하며, 그저 '예'하고 대답할 수 있던, 사람의 말들이 그리워졌다. -전문(p. 247) ----------------- * 화성 문인 보고서 2 『시인 윤석산』 '고전의 현대시 변용' 에서/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