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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랑/ 정숙자

시와 사랑 정숙자 사랑이라는 음계에 손을 넣으면 피가 묻어 나온다. 사랑이라는 성전은 멀리서 보면 아름답고 다가가 보면 황홀하고 문을 열면 사라진다. 모든 빛깔을 재현할 수 있는 기본적인 색이 빨강․노랑․파랑이라면 사랑에는 그리움․외로움․기다림의 원소가 있을 것이다. 이 삼원소는 사랑 안에서 빚어질 수 있는 행불행의 모든 파장을 지니고 있다. 그 현란한 굴곡에서 눈물 흘리지 않은 이가 어디 있을까. 사랑은 아픔을 축으로 한다. 태초의 인간 아담조차도 이브를 얻기 위하여 갈비뼈 하나 들어내지 아니했던가. 너는 내 것, 나는 네 것: 이 점 너는 확실히 해야 해. 너는 갇혀 있느니라, 내 마음속에: 그 열쇠는 달아나 버렸으니: 너는 영원히 영어(囹圄)의 몸이 되지 않을 수 없어라. -무명시가(無名詩歌)-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