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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철학/ 정숙자

시와 철학 정숙자 고통은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할 하나의 길이다. 정밀하게 마음 쓰며 넘어설 수밖에 없는 산이다. 누가 뭐래도 고통은 희로애락 중에서 가장 중심이 깊다하겠다. 지혜와 권세와 영화를 한 몸에 누렸던 솔로몬도 고통의 자리에 머물러서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다음의 글을 자신 안에서 읽었던 것이다.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 왕 전도자의 말씀이라 전도자가 가로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사람이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고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해는 떴다가 지며 그 떴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 바람은 남으로 불다가 북으로 돌이키며 이리 돌며 저리 돌아 불던 곳으로 돌아가고 모든 강물은 다 바다로 흐르되 바다를 채우지 못하며..

시와 우정/ 정숙자

시와 우정 정숙자 세상은 시종 캄캄한 밤이다. 유난히 큰 별 하나가 천공을 가로지르는 사이 우리는 잠시 어둠을 잊을 뿐이다. 이렇듯 어둠이 전제, 또는 내재된 삶에서 벗이란 얼마나 따뜻하고 밝은 존재인가. 시간이 어느 모퉁이를 지날지라도 함께 웃음 지을 벗이 있다면 우리는 이미 우주의 절반을 얻은 것이리라, 아니 우주를 다 얻은 것이리라. 서편의 달이 호숫가에 질 때에 저 건너 산에 동이 트누나 사랑빛이 잠기는 빛난 눈동자에는 근심 띈 빛으로 편히 가시오 친구 내 친구 어이 이별할거나 친구 내 친구 편히 가시오 그대의 꿈에 비치이던 그 달은 아침 비칠 때 어디로 갈까 검은 구름 위로 이리저리 퍼질까 장미 동산 안에서 숨어 있을까 친구 내 친구 어이 이별할거나 친구 내 친구 편히 가시오 -고별의 노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