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편지 정숙자 편지는 은허문자 이래로 가장 순수한 글이다. 대중에게 읽힐 것도 아니요, 오로지 한 사람이 또 다른 한 사람에게 마음을 선사하는 일이다. 자판만 두들기면 상대방 컴퓨터 모니터에 휘뜩 들어가 박히는 e-메일과는 다르다. 나만이 선택한 종이가 다르고, 나만이 굳혀온 필적이 다르고, 나만의 기호인 잉크 색이 다르다. 뿐일까, 편지에는 유일무이의 지문이 담긴다. 누군가 한 통의 편지를 받아든 순간 두 사람의 손이 포개어진다. 시내버스 요금에도 못 미치는 우표 한 장이 정갈한 육필과 함께 어느 우편함에 꽂히었다면 그것은 촉수를 잴 수 없는 빛이 이 세상 한 귀퉁이를 따뜻하게 밝히고 있는 것이다. 하늘 높이 슬픈 노래가 저 철교 위를 흐른다. 하늘 높이 슬픈 노래가 저 철교 위를 흐른다. 기차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