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대보름 달을 보며/ 권정우

검지 정숙자 2010. 11. 14. 00:11

  대보름 달을 보며


    권정우



  우물이 있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좁은 아파트에

  어디다 들여놓을 거냐고

  아내가 불평할지라도


  어릴 적 이사하며

  두고 온 그런 우물을

  거실과 부엌 사이 어디쯤

  놓아두고 싶다


  우물을 들여다보면

  땅 밑에도 하늘이 있어

  구름이 흘러가고

  별들이 반짝였다


  우물가에서

  땅도 하늘처럼 여기고

  살고 싶다


  장마철에는

  모자란 듯,

  가물 때는

  넘칠 듯 솟아나는

  우물이 되고 싶다


  우물이 있으면 좋겠다

  이사해도 가져 갈 수 있는

  우물이면 더 좋겠다



  *시집 『허공에 지은 집』에서/ <도서출판 애지>펴냄

  *권정우/ 서울 출생, 1993년《문학사상》으로 평론가 등단

                    2005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시인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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