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 달을 보며
권정우
우물이 있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좁은 아파트에
어디다 들여놓을 거냐고
아내가 불평할지라도
어릴 적 이사하며
두고 온 그런 우물을
거실과 부엌 사이 어디쯤
놓아두고 싶다
우물을 들여다보면
땅 밑에도 하늘이 있어
구름이 흘러가고
별들이 반짝였다
우물가에서
땅도 하늘처럼 여기고
살고 싶다
장마철에는
모자란 듯,
가물 때는
넘칠 듯 솟아나는
우물이 되고 싶다
우물이 있으면 좋겠다
이사해도 가져 갈 수 있는
우물이면 더 좋겠다
*시집 『허공에 지은 집』에서/ <도서출판 애지>펴냄
*권정우/ 서울 출생, 1993년《문학사상》으로 평론가 등단
2005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시인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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