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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생명/ 정숙자

시와 생명 정숙자 지구는 전체가 비탈이다. 가파른 하늘 아래 나무로, 엉겅퀴로 혹은 곡식으로 생명들이 뿌려진다. 천차만별 부화된 떡잎들은 풍우에 나부끼고 햇빛에 그을리며 물것들에게 시달림을 받는다. 그런 가운데 뿌리내리고 꽃 피우며 가능한 한 열매도 맺어야 한다. 그 한바탕의 소용돌이를 우리는 생애라고 일컫는다. 궁극적인 고독에 위안이 되어줄 또 하나의 나는 어디에도 없다. 자아가 뿜어낸 가지와 잎새에 의지해야 한다. 그리고는 홀연히 본디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 번다한 여정이 불과 백 년 안팎의 인과다. 그러나 간혹 오랜 세월에도 지워지지 않는 자취를 남기는 이가 있으니 그는 곧 땀방울로 눈물을 식히며 분골쇄신 자신의 삶을 예술화한 이름들이다. 모동야인거(茅棟野人居)이니 문전거마소(門前車馬疎)로다 임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