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탕지옥/ 임연태 화탕지옥 임연태 석양녘, 행자는 산에서 썩은 나무를 한 아름 모아 와 군불을 지핀다 활활 타들어가는 아궁이에 나무를 던져 넣으며 반야심 경을 외우는 행자의 뒤통수에 대고 노스님이 호통을 치십니다. “이놈, 썩은 나무로 군불을 때면 안 된다.” “썩은 나무가 불에 잘 타잖아요…” 노스님은 나..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2.28
그림자와 종소리/ 이원로 그림자와 종소리 이원로 끝자락이 새 자락에 매달린다 새 손이 옛 손을 끌어당긴다 그림자가 발에 닿았다 종이 울리지 십분 전 봄비 내리던 숲에 칼바람이 눈발을 날린다 그림자가 배꼽에 닿았다 종이 울리기 오분 전 꽃잎은 왜 하염없이 날리는가 풍성한 열매는 무엇을 자랑하나 어디에서 눈이 바라..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2.27
산수유/ 김현숙 산수유 김현숙 눈바람 사이를 용케 빠져나온 나무들 앙상하게 도드라진 등뼈는 햇살을 걸치고 이내 두툼해진다 하릴없이 허공에 한 줄씩 쳐놓은 거미줄에도 한 번씩은 잽싼 생(生)의 날개들 대박이 걸려든다 *시집『물이 켜는 시간의 빛』에서/ 2007.9.1 <한누리미디어>초판 발행 2010.12.1 <한누리..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