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하나 외우며/ 박소원 이름 하나 외우며 박소원 발가락에 자꾸 힘이 들어간다 보고 싶다 용아 땅바닥에 헌 운동화 끝으로 이름을 썼다 쓱쓱 지운다 정류장 한 귀퉁이 움푹 파이고 머리 위 백일홍 붉은 꽃이 흔들린다 꿈속에서도 올 수 없는 이승의 이정표 아래에서 지우지 못한 이름 하나 이렇게 외우며 나는 턱없이 늙어버..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2.29
투석/ 박소원 투석 박소원 때맞추어 시체처럼 굳어지면 나는 몸속의 구석구석 낯설고 험한 길을 간다 낯선 곳으로 가문도 모르는 곳으로 그곳까지 흘러가면 배꽃이 만개한 과수원에 머물게 된다 명치께쯤, 거기에도 길이 뚫리고 새로운 내가 통하는가 어머니의 야윈 목을 누르던 두터운 아버지의 손도 정말 용서할..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2.29
청동물고기/ 임연태 청동물고기 -월롱산 일화(逸話) 5 임연태 월롱산 용상사 명부전 추녀 끝 청동물고기 허공에 입 벌리고 있는 까닭을 누구에게 묻기도 쑥스럽고 경전 뒤적여 찾아낼 재간도 없어 그저 궁금한 마음으로 바라보기만 하던 터였는데 보름달 환한 밤에 화들짝 그 까닭 보았다. 떨그렁 떨그렁 하염없던 풍경소..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