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탕지옥
임연태
석양녘, 행자는 산에서 썩은 나무를 한 아름 모아 와
군불을 지핀다
활활 타들어가는 아궁이에 나무를 던져 넣으며 반야심
경을 외우는
행자의 뒤통수에 대고 노스님이 호통을 치십니다.
“이놈, 썩은 나무로 군불을 때면 안 된다.”
“썩은 나무가 불에 잘 타잖아요…”
노스님은 나뭇가지 하나를 부러뜨립니다.
행자의 검은 눈 가득, 나뭇가지 속 작은 벌레들이 기
어 다닙니다.
“그 미물들을 불구덩이에 던져 넣으면 네놈도 화탕지
옥을 면치 못하리…“
행자의 얼굴 가득 노을 드리워집니다.
외우던 반야심경 다 잊어 버렸습니다.
* 생태운동가 김재일 선생의「생명산필」중 행자시절 일화. 노스님은
석주스님.
*시집『청동물고기』에서/ 2010.11.30 <도서출판 황금알>펴냄
*임연태/ 경북 영주 출생, 2004『유심』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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