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화탕지옥/ 임연태

검지 정숙자 2010. 12. 28. 00:43

 

    화탕지옥


      임연태



  석양녘, 행자는 산에서 썩은 나무를 한 아름 모아 와

군불을 지핀다

  활활 타들어가는 아궁이에 나무를 던져 넣으며 반야심

경을 외우는

  행자의 뒤통수에 대고 노스님이 호통을 치십니다.

  “이놈, 썩은 나무로 군불을 때면 안 된다.”

  “썩은 나무가 불에 잘 타잖아요…”

  노스님은 나뭇가지 하나를 부러뜨립니다.

  행자의 검은 눈 가득, 나뭇가지 속 작은 벌레들이 기

어 다닙니다.

  “그 미물들을 불구덩이에 던져 넣으면 네놈도 화탕지

옥을 면치 못하리…“


  행자의 얼굴 가득 노을 드리워집니다.

  외우던 반야심경 다 잊어 버렸습니다.


  * 생태운동가 김재일 선생의「생명산필」중 행자시절 일화. 노스님은

    석주스님.



  *시집『청동물고기』에서/ 2010.11.30 <도서출판 황금알>펴냄

  *임연태/ 경북 영주 출생, 2004『유심』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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