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그림자와 종소리/ 이원로

검지 정숙자 2010. 12. 27. 00:56

 

   그림자와 종소리


     이원로



  끝자락이 새 자락에 매달린다

  새 손이 옛 손을 끌어당긴다

         그림자가 발에 닿았다

         종이 울리지 십분 전

  봄비 내리던 숲에

  칼바람이 눈발을 날린다

         그림자가 배꼽에 닿았다

         종이 울리기 오분 전

  꽃잎은 왜 하염없이 날리는가

  풍성한 열매는 무엇을 자랑하나

         어디에서 눈이 바라다보는가

         수평에서 밑에서 아주 위에서

  무상한 인생은 잠시

  덧없는 꿈결 같은 것

         그림자가 가슴을 지난다

         종이 울리기 삼분 전

  밖은 닫혀지고

  속은 열려진다

         그림자가 머리를 지난다

         종이 울리기 일분 전

  잠 못 이루던 슬픔의 강이

  찬란한 바다로 들어간다

         그림자는 다 지나가고

         종소리가 땅을 채운다

  별다발이 어우러지며

  경탄할 빛깔이 가득하다

         그림자가 끝나고

         종소리가 멈춘 다음



 *시집『우주의 배꼽』에서/ 2011.1.5 <한국문연>발행

 *이원로/ 서울 출생, 1989『월간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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