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와 종소리
이원로
끝자락이 새 자락에 매달린다
새 손이 옛 손을 끌어당긴다
그림자가 발에 닿았다
종이 울리지 십분 전
봄비 내리던 숲에
칼바람이 눈발을 날린다
그림자가 배꼽에 닿았다
종이 울리기 오분 전
꽃잎은 왜 하염없이 날리는가
풍성한 열매는 무엇을 자랑하나
어디에서 눈이 바라다보는가
수평에서 밑에서 아주 위에서
무상한 인생은 잠시
덧없는 꿈결 같은 것
그림자가 가슴을 지난다
종이 울리기 삼분 전
밖은 닫혀지고
속은 열려진다
그림자가 머리를 지난다
종이 울리기 일분 전
잠 못 이루던 슬픔의 강이
찬란한 바다로 들어간다
그림자는 다 지나가고
종소리가 땅을 채운다
별다발이 어우러지며
경탄할 빛깔이 가득하다
그림자가 끝나고
종소리가 멈춘 다음
*시집『우주의 배꼽』에서/ 2011.1.5 <한국문연>발행
*이원로/ 서울 출생, 1989『월간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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