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최정애 이명 최정애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던 날 귓속으로 경고등이 지나가고 있었지 도넛이 빨갛게 튀겨지고 턴테이블에서 경음악이 흔들렸지 귓속으로 구급차가 달릴 때 엔진 소리가 방충망에 건조대에 내 깊은 머리를 통과하는 중이었지 모래밭에서 시동을 걸었지 끝이 보이지 않는 해변을 달리고 자정 ..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2.20
돌이 핀다/ 최정애 돌이 핀다 최정애 돌멩이를 던졌는데 꽃 한 송이가 피고 있다 꽃을 피우며 돌은 호수 가득 적막을 밀어내고 있다 물이 한 겹 한 겹 껍질을 벗는다 어제의 빗물을 흘리다가 바람의 뼈대를 쏟아낸다 붉은 공기가 팽창하는 틈새에서, ‘돌이 살아 있나 봐’ 돌멩이 한 알의 숨소리를 듣는다 물의 경계를 ..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2.20
청마와 춘수/ 강희근 청마와 춘수 -두 시인에 관해 논문을 쓴 뒤 청마와 춘수는 많이 다르다 한 사람이 바다라면 한 사람은 뭍이다 청마가 살았던 집 그 집은 약봉지 냄새가 났다 춘수가 살았던 집 그 집은 꽃잎 버는 냄새가 났다 청마는 시를 쓸 때 약 달이듯이 쓰고 춘수는 시를 쓸 때 꽃구경 가듯이 쓴다 그래서 청마의 시.. 시집에서 읽은 시 2010.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