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기후 위기와 시적 상상> 中
김종철의 '이 세계'와 다모클레스의 칼(발췌)
신충식/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이 글에서는 2020년 6월 26일 김종철 선생님의 추도식에서 김해자 시인이 "세계가 죽음을 향해 나자빠지는 소용돌이 속에서/ 비행기 바퀴 구르는 소리가 일각도 멈추지 않는 이명/ 그것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만이 아니라 대지가 온몸으로 절규하는 귀울음"이라 했던 것과 정우영 시인이 그의 이명을 가리켜 "지구가 깨지는 소리"라 하면서 "그 소리를 온몸에 받아 홀로 삭인 이가 김종철 선생님"이었다고 했던 데 전적으로 공감하며, '이 세계'의 측면에서 오늘날 전 인류가 당면한 기후 위기 상황이 우리 머리 위에 매달린 다모클레스의 칼1)임을 긴급하게 알리고자 한다. (p. 20-21)
1) 다모클레스의 칼은 고대 그리스의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시칠리아섬에 있던 그리스 식민지 시라쿠사의 디오니소스 왕은 신하인 다모클레스가 왕좌를 부러워하자 말총 한 올에다 칼을 매달고 그 아래에 다모클레스를 앉힌다. 이로써 권력자의 자리는 늘 언제 닥칠지 모를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그리하여 전 지구가 위기다. 세계의 모든 국가가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 기온 상승률 1.5도 이하로 유지하지 않으면 기후 재앙, 종의 절멸, 물 부족, 심각한 분쟁 상태로 치닫게 된다. 바야흐로 인류는 전례가 없는 '신기후체제(New Climate Regime)'에 들어섰다. 가장 최근의 신뢰할 수 있는 나사(NASA)의 관측에 따르면, 지난달 북극 지역의 온도가 섭씨 9.1도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이러한 이상기후 상황에서 북극지방의 눈과 얼음은 급감하게 될 것이다. 급기야 태양광선의 반사를 잃게 됨과 동시에 잠재적인 열완충작용을 못하게 되어서 이번 겨울 제트기류에 큰 구멍이 생길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산업화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21세기 말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3~4도 이상 올라 산업혁명 이전의 온도에 최적화된 모든 생명체를 극단적 위험에 빠트리게 할 것이다.
오늘날 지구 문명은 지질학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던 시기인 홀로세(Holocene)에 형성되었다. 불행히도 홀로세는 종료되었고, 지구는 인류의 온갖 행위에 예민하게 되었다. 생태 영역보다는 인간 영역, 모든 개별 인간의 삶, 행위, 산물의 집적물이 지구 시스템 구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지구는 이른바 인류세(Anthropocene)에 접어들었다. 이는 지구의 역사에서 인류의 영향력이 자연의 힘과 겨룰 정도로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인류세 개념을 통해 우리는 인간적 요소와 비인간적 요소의 경계를 더 철저하게 무너뜨릴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인류세 개념을 통해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여타 물질 요소, 정치적 관계, 물질의 행위성 등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인류세의 신기후체제에서 현재 인류는 단순히 기후의 작은 변동이 아니라 지구 시그템 자페를 뒤흔들고 있다. 우리가 당면한 기후 위기는 마치 폭풍우의 한 중심을 통과하고 있는 거대한 유조선과 같다. 그 유조선 안에는 선장이 타고 있지 않다. 유일한 해법은 승무원들이 합심해서 항해하는 수밖에 없다. 지구라는 유조선의 안전한 항해가 인류 생존의 지상명령이 되었다.
결국 '현재적 미래'로서 기후 위기는 실제로 가능한 현실이 되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인류세의 핵심 당사자인 글로벌 주체(the global subject)의 몫이다. 위에서 고이치가 가족보다 자기가 살아가고 있는 고장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된 일이 세계인으로 거듭나는 모습이다. 일찍이 마키아벨리는 자기 영혼의 구원보다는 조국 플로렌스에 관심을 갖는 것이 세계사랑(amor mundi)의 출발임을 분명히 했다. 전체적으로 세계에 좋은 것이 모든 개인과 모든 사회 구조 및 기업에도 좋음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머리 위에 매달린 기후 재앙이라는 다모클레스의 칼을 내려놓는 일이 시급하다. (p.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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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 2021-겨울(78)호 <특집/ 기후 위기와 시적 상상>에서
* 신충식/ 저서『생태문명 생각하기』,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세계와 시민><인간의 가치탐색>이라는 인문사회 중핵 교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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