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난적의 시
강영환/ 본지 자문위원
현대시는 어렵다. 화자도 사라지고 시점도 숨어버려서 독자는 어떤 가닥을 잡고 시 속에 몰입해 가야 하는지를 잃어버린다. 시의 입구에서 방황하기에 아예 시 읽기를 포기하거나 읽고 난 뒤에도 무슨 말을 읽었는지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그래서 현대시는 난적이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시인이 독자들로부터 도피해가는 습성 때문에 그렇다고들 한다. 쉬운 시는 독자에게 다가가 독자의 입맛에 맞는 언어와 생각으로 시를 만들기에 쉽게 읽혀지는 시가 된다. 반면에 어려운 시는 독자들이 따라와 이해하게 되면 자신의 시가 상식에 전락해 버리기나 한 듯 독자들이 모르는 곳으로 내빼고 싶은 것이고 그렇게 자신을 들키지 않게 숨기고 독자들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에 시는 점점 더 이해 불능인 난해 속으로 몰입해 가는 것이다.
난해의 주범은 상징과 은유다. 아직도 두 가지는 현대시의 핵심 기법으로 분류된다.
은유의 기법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솜씨여야 하고 상징은 숱한 경험 체계에서 탄생한다. 그러기에 독자들은 시인의 능력에 따라갈 수가 없다. 시를 배우거나 쓰고 있다는 시인들도 지극히 개인적으로 만들어 낸 은유나 상징을 따라 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시는 난해한 것이구나 인식하곤 포기로 돌아서는가 보다. 그렇게 될 때 시인은 돌아서서 자신이 전략이 통했다는 듯이 미소를 날린다. 그 미소가 적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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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소금』 2021-가을(39)호 <소금의 말> 에서
* 강영환/ 경남 산청 출생, 197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 1979년『현대문학』시 천료, 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집『달 가는 길』『누구나 길을 잃는다』외 다수, 시조집『남해』외 다수, 산문집 『술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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