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지는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개념이다
이찬/ 문학평론가
아날로지는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개념이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과 신이 마치 하나인 듯 겹쳐 떨리는 교향악의 하모니를 분신처럼 거느린다. 또한 '만물조응(Correspondences)', '상형문자로 뒤덮인 우주적 비문秘文' 같은 말들을 품고 있을뿐더러, 점성술이나 풍수지리설 또는 점괘나 부적 같은 것들로 표상되는 샤머니즘의 주술성과 신비주의 현상들을 빠짐없이 쓸어안는다. 시적 언어의 기저 원리를 이루는 비유나 상징 역시 그것을 제 모태 안에 휘감는다. 그리하여 그것은 우주 삼라만상의 그 모든 존재자를 영원히 주파할 수 있는 엄청난 팽창의 위력을 지닐 뿐만 아니라 자신의 닮은꼴들로 끊임없이 뻗어 나가는 원심적 확산의 벡터를 필연성의 행로로 삼는다. (p. 443)
조선시대 유학자들에게 표준적 해석의 준거점으로 기능해 왔던 정이천의 주석을 참조하면, 진정한 '감응'은 "가장 조급하고 어두운 물건"인 "돼지와 물고기"에게까지 미칠 수 있는 진실한 믿음(中孚)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인간과 다른 뭇 존재와의 구분이나 차별을 넘어서, 또는 서로 다른 그 모든 존재 사이의 위계와 차이를 가로지르면서, '천지만물'과 우주 삼라만상으로 퍼져 나가는 힘과 느낌과 분위기의 침투이자 융합 현상을 뜻하는 용어가 '감응'임을 좀 더 명료하게 숙지할 수 있을 것이다. (p. 570-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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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 세 번째 평론집 『감응의 빛살』에서/ 2021. 10. 1. <파란> 펴냄
* 이찬/ 1970년 충북 진천 출생, 2007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 문학평론 부문 등단, 저서『현대 한국문학의 지도와 성좌들』『20세기 후반 한국 현대시론의 계보』『김동리 문학의 반근대주의』, 문학평론집『헤르메스의 문장들』『시/몸의 향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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