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노트

일상의 만남, 만남의 일상(발췌)/ 박해림

검지 정숙자 2022. 2. 27. 03:16

<권두언> 中

 

    일상의 만남, 만남의 일상(발췌)

 

    박해림

 

 

  수십 년 전 미국의 어떤 남자가 '나, 외로워요.'라고 전 세계에 타전한 일이 있었다. 놀랍게도 각국의 수많은 사람이 바로 반응하며 엄청난 답장을 보내왔다. '나도 외로워요.' 라고. 타전한 사람은 혼자가 아니었으며, 답장을 한 사람들 대부분도 혼자가 아니었다. 인간은 혼자가 되면 급속도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연구가 있다. 인간의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과 인간은 뼛속까지 사회적이며 혼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행복은 인간과의 만남이 있을 때만 이루어진다. 인간의 참 행복은 결코 물질이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평상시의 우리의 행복지수가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가족의 여행은 물론 좋아하는 사람과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감정을 나눌 때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서로의 얼굴만 봐도, 세간의 떠도는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개인적이고도 내밀한 속내를 아무렇지 않게 툭 털어놓아도 위로를 얻고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구애받지 않는 만남이 이렇게 큰 비중을 가졌던 것인가. 얼굴을 마주하며 앞뒤 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그 자체가 이렇게 엄청난 크기와 무게를 가진 것이었나를 오늘 또 돌아본다. (p. 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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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소금』 2021-여름(38)호 <권두언_소금의 말>에서  

  * 박해림/ 1996년 『시와시학』으로 시 부문 & 1999년 『대구시조』, 『월간문학』 동시 당선 & 2001년 ⟪서울신문⟫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집 『오래 골목』외 다수, 시조집 『못의 시학』외 다수, 동시집 『간지럼 타는 배』, 평론집『한국 서정시의 깊이와 지평』, 시조 평론집『우리 시대의 시조 우리 시대의 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