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노트

문학과 비평적 단상(발췌)/ 이천도

검지 정숙자 2021. 12. 4. 03:34

<평론>

 

    문학과 비평적 단상(발췌)

 

    이천도

 

 

  2. 문학과 철학

  문학과 철학의 관계는 간단히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문학이 주어(중심)이고 철학이 서술어(종속)인가, 철학이 주어이고 문학이 서술어인가. 즉 문학과 철학 중에 무엇이 더 선행 혹은 사위의 개념인가. 필시 철학자는 철학자대로 문학가는 문학가대로 저마다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부각하면서 그 나름의 본질적 속성과 순도의 우위를 주장할 터이다.

  철학자 가운데 칸트(Immanuel Kant)는 다소 문학에 대한 철학의 우위를 논변하는 반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외려 '시어(詩語)'에 대한 고백을 통해 철학의 한계와 더불어 문학의 어떤 상징적 초월성을 상정하고 있다. 또한 여러 철학자들이 저마다의 이론을 검증하는 용도로 문학 혹은 문학작품을 활용하거나 자신들의 이론이나 논리를 비평적 도구삼아 문학작품에 대한 직접적인 해석을 시도한다.

  단지 그 같은 사실만으로도 철학과 철학자들에 있어 문학의 중요도(기여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결론적으로 문학과 철학은 서로 주종의 관계가 될 수 없는 일종의 일란성쌍생아 혹은 자웅동체와 같다. 더 나아가 둘은 실상 그 본질에선 서로 하나와 다름없는 일종의 상즉(相卽)적 관계가 아닐 수 없다. 이를테면 둘은 '시중화, 화중시(詩中畵, 畵中詩)'의 관계다. 바꿔 말하면, '문중철, 철중문(文中哲, 哲中文)'의 관계인 것이다. 즉 문학 속에 철(哲)이 있고 철학 속에 문(文)이 있는 것이다. (p. 346-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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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문학』 2021-10월(632)호 <평론> 中

   * 이천도/ 전북 임실 출생, 2014년 장편시집『구도자』로 데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