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일
이다온
-1일
"얼른 병원으로 온나."
언니의 급박한 목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응급실.
아버지는 식은땀을 흘리며 가느다란 호스에 겨우 호흡을
맡기고 있다.
"이종식 씨는 2019년 1월 13일 10시 56분에 사망하셨습니다."
산소마스크로 힘겹게 견뎌내던 숨소리가 조용해졌다.
소리없는 흐느낌이 병실을 에워싸고 보이지 않는 선 하나가
생사를 가른다.
아직은 저쪽으로 건너가지 않은 따뜻한 손.
천천히 식어간다, 이별.
-p. 87-88.
(중략)
-49일
49재 마지막 날.
우리 가족은 막재 현장에 가지 않았다.
대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들렀던 불국사를 찾았다.
횔체어를 타고 다녔던 경내 곳곳,
청운교, 백운교 아래 돌담에 앉아도 보고,
이제 지상의 시간이 끝났나보다.
먼 산등성이 위로 날아가는 새 한 마리.
손을 흔든다. 안녕, 아빠!
-p.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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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문집『달순이를 위한 변명』에서/ 2021. 11. 5. <포엠포엠>펴냄
* 이다온/ 경북 경주 출생, 2018년 <직장인 신춘문예> 수필부문 & 202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 물푸레 복지재단 국공립 베니어린이집 교사
* 표지그림 박 빙(Park Being)/ 울산 성남동에서 작업하고 있으며, 개인전「얼굴, 얼굴들」외 10여 회, 단체전「GREEN LIGHT」외 다수의 전시회를 가지며 활동 중. (블로그주: 표지화 외에도 삽화가 여러 점 수록되었습니다. 책에서 감상 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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