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편

실루엣 외 1편/ 이다온

검지 정숙자 2021. 12. 8. 19:41

 

    실루엣 외 1편

 

    이다온

 

 

  항암 치료를 앞두고 입원을 했다. 낯선 상황과 여러 가지 검사로 인한 두려움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뒤척이다 야외 휴식공간에 어둠처럼 웅크리고 앉았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있으니 그제야 참았던 눈물이 났다.

 

  그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환자복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남자였다. 유명 탤런트를 닮은 외모를 멍하니 바라보는데,

  "어디가 아프세요?"라고 물어 왔다. 처음 보는 남자 앞에서 항암에 대한 두려움과 수술의 고통에 대해서 띄엄띄엄 말을 이어갔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던 그가 등을 토닥였다.

 

  "수술을 한다는 건 희망이 있다는 거예요. 며칠 전, 속이 좋지 않아 검사를 했는데 위암 말기라고 수술조차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수술이라도 받게 해 달라고 아무리 애원을 해도 소용이 없네요. 저를 보고 힘 내세요."

 

  남자는 천천히 복도 쪽으로 걸어갔다. 멀어질 때마다 그의 팔다리가 가늘어지고, 몸이 얇아지고, 걸음이 더뎌지더니 마침내 뼈만 남아 어둠 저쪽으로 사라졌다. 퇴원할 때까지 끝내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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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피그말리온

 

   피그말리온은

  그가 만든 조각상을 열렬히 사랑했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마침내

  그의 소원대로 조각상을

  아름다운 여자로 만들어 주었다.

 

  아침저녁

  동그란 알약으로 차가운 심장을 뛰게 했다.

  오 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꼭 완치되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마침내

  오 년째 되던 날, 완치판정을 받았다.

  나는 나의 피그말리온을

  눈물나도록 꼭 껴안아 주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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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문집『달순이를 위한 변명』에서/ 2021. 11. 5. <포엠포엠>펴냄
  * 이다온/ 경북 경주 출생, 2018년 <직장인 신춘문예> 수필부문 & 202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 물푸레 복지재단 국공립 베니어린이집 교사

  * 표지그림 박 빙(Park Being)/ 울산 성남동에서 작업하고 있으며, 개인전「얼굴, 얼굴들」외 10여 회, 단체전「GREEN LIGHT」외 다수의 전시회를 가지며 활동 중. (블로그주: 표지화 외에도 삽화가 여러 점 수록되었습니다. 책에서 감상 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