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앵카레의 우측
정숙자
행성들이 둥글 수밖에 없는 이유. 과일들이 모서리를 잃어버린 이유. 그게 다 바람과 천둥과 벼락에 스치다 그리된 것이다. 사철 두고 대신 울어주는 폭포며 풀벌레며 새들이··· 흰 살 드러내고 찢어지는 설해목의 울음을··· 새끼를 빼앗긴 개와 고양이와 염소와 종마의 울음을··· 갑자기 당한 실패와 좌절 앞에 끓어오르는 인간의 울음을··· 누군가 어디선가 울어주고 있다.
아름~답다~고 말하는 들꽃들이
구름과 돌멩이와 모래알이
둥근
이유는
인간보다 앞서 울었기 때문이다
인간보다 앞서
인간이 태어나기 이전에 벌써
그들은 자신의 울음을 끝낼 만큼
둥글어
졌다
그리고 ‘사물화’되었지만
아는 것이다. 둥긂 속에 버려진 것, 버려야 할 것, 그러나 버려지지 않은 최초의~ 최후의 그 눈물의 형태
둥긂이 뭔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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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정신』 2021-가을(7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