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노트

동시대와 시 비평(발췌)/ 양순모

검지 정숙자 2021. 9. 16. 20:42

 

    동시대와 시 비평(발췌)

 

    양순모/ 문학평론가

 

 

  진정성의 주체는 "타인의 고통을 경유하거나 사회에 저항하여 참된 자아를 정립하는 "주체, 즉 타자를 경유하여 스스로를 윤리적, 성찰적 주체로 정립하고자 하는 진정성의 주체"로서, 타인(의 고통)을 거듭 자기 반성을 위한 '대상'으로 '타자화'하며, 결과적으로 세상의 변화가 아닌, 그 세상에서 스스로 더 정당화할 수 있을 '나'를 만들어내고 있었을 뿐이다. 진정성의 주체들은 자신이 지니고 있던 우월적 지위를 좀처럼 포기하거나 양보하지 않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명분으로 '상징 자본'을 축적하며 그 지위를 거듭 정당화, 공고화해나간 셈이다. 그렇게 저 진정성의 문학에서 "장애인, 퀴어, 비지식인, 여성"은 대상화되고 타자화될 뿐, 저 주체의 자리를 가져본 적이 없다.

  (······)

  그러므로 오늘날의 '동시대성'에 대한 반성적 접근은,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의지를 그저 세대론적 인정투쟁이나 담론 내 헤게모니 투쟁의 산물로 간단히 치부하기보다, 저 어떤 믿음에 대해 질문하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요청되는 바, 요컨대 당시의 좋은 문학으로서 진정성의 문학이 오늘날(을 새로이 구성하고자 하는 욕망)에 이르러, 왜 그것이 전달하는 의미와 감동보다는, 견디기 어려운 한계로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인지 그 이유에 대해, 그것이 비록 추론일지언정, 보다 자세히 물음으로써 대화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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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시』 2021-8월(380)호 <기획성/ 시 비평,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2>에서

  * 양순모/ 문학평론가, 201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