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귀천 20년, 그를 다시 생각한다
한봉수
같은 시대의 또 다른 천재 윤동주 시인이 있었다. "윤동주가 죽어서 민족 자존심과 영혼을 지켜주었다면, 서정주는 살아서 장수하며 민족어의 생명을 찾아줬다"고 표현하고 싶다. 민족어의 진생맥(윤재웅 시인)이다.
조국도 없이 태어난 자가 조국을 배신한 것도 아이러니하다. 친일시로 민족을 배신했다면 민족의 얼을 살리는 문학적, 정신적 시업적도 남겼다. 무속 신앙과 불교 그리고 노장老壯 철학을 융합하여 『삼국유사』 등의 고전 설화 속에서 원초적이고도 한국적인 정신 탐구에 몰두하였던 시인이다. 한국시를 개척하고 부흥시키며 시단에 우뚝 서 왔다. 한마디로 미당 서정주는 '시의 정부政府'(고은 시인)이다. 그렇다. 일제 때 '문학의 독립정부'이었다. (p. 15)
삼일절 101주기가 지났다. 중 · 고 교과서에서 열 서너 편 수록된 미당의 시는 모두 제거되었다 한다. 이제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수 세대 전 그 시대 과오를 시대의 극한 잣대로 시험하여 문인과 문학사조차 멸절을 시키는 문화가 좋은 건지 생각해 볼 때이다. 회복의 시대라 말하고 싶다. 민족의 혼을 담아 한국적 미가 절정에 치닫는 미당의 시 몇 편은 교과서에 복구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한국문학사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다. 문학의 '아름다움'이란 가치의 깃발에 모두 모여야 한다. (p.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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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당문학』 2021-하반기(12)호 < ⟪미당문학⟫ 기획>에서
* 한봉수/ 1957년 전북 정읍 출생, 2021년 『착각의 시학』 신인문학상 수상,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전라매일 · 동북일보 논설위원 역임, 현)전북과 미래연구소 · 디엔아이에너텍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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