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가 없는 시간 존재하지 않는다
신상조
# 서사가 없는 시란 존재하지 않는다. 간결함과 응축된 문장의 시도가 시의 본분이요, 자신의 생각이나 발견에 대해 입을 다무는 게 시의 미덕이라 할지라도 그러한 형식이 시의 서사성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간결한 서사, 응축된 서사, 이미지만으로 이루어진 서사, 나아가 어떤 픽션보다 더욱 강렬한 허구야말로 시의 고유한 영역임이 분명하다. (p. 225)
# 헤럴드 블룸에 의하면 중견작가란, 선배 작가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내면화하면서 창조적 오독이 자기만의 스타일로 발현될 수 있는 즈음에 있는 작가를 이른다. (p. 243)
# 시의 리듬에 대해 논하면서 김우창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 "그리하여 요즘의 시는 소월이나 영랑이나 또는 청록파의 시들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었다. 이것은 요즘의 시인이 시의 가장 즁요한 자산을 버린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소월의 음악을 가진 시가 가능한 것일까. 지금도 우리는 소월의 시를 즐길 수 있지만, 그러한 시풍으로 써지는 오늘날의 시를 즐기기는 쉽지 않다. 지금도 소월적인 음악의 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시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대체로 천박한 느낌을 주고 역겨움을 일으키기 쉽다. 소월적인 시, 그러한 음악은 이제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김우창, 「시의 리듬에 대하여」) (p. 243)
# 시 비평은 시어가 함의하는 의미를 해석하는 일이 일차적 관건이다. 작품 속에 은밀히 감추어진 작가의 숨은 목소리에 비평적 숨결을 불어 넣어 가시적 형상으로 끌어내는 작업이 시 비평의 핵심이자 종착점이다. (p.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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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상조_문학평론집 『붉은 화행』에서/ 2021. 5. 29. <상상인> 펴냄
* 신상조/ 2011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평론 부문 등단, 계명대학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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