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돼지감자
원구식
나는 걸신들린 여우처럼 산비탈에서 야생의 돼지감자를 캐 먹는다. 먹으면 혀가 아리고, 열이 나고, 몸이 가려운 돼지감자. 독을 품은 돼지감자. 살아남기 위해선 누구든, 야생의 돼지감자처럼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삶의 줄기에 독을 품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세상을 향해 외친다. 나 돼지감자야. 어디 한번 씹어 봐. 먹어, 먹으라니까. 그러나 나는 가짜 돼지감자. 독도 없으면서 있는 체 하는 가짜 돼지감자. 우리는 모두 가짜 돼지감자. 길들은, 교육받은, 그리하여 녹말이 다 빠진, 착한, 힘이 없는, 꽉꽉 씹히는, 그러나 성난,
-전문-
2021년 4월호 VOL. 32-4 현대시 어드벤티지
■ 추천심의위원 김혜순 남진우 송재학 장석주 정과리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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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1-4월(3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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