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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봉구_『부대끼는 멍청이의 에세이』中/ 짐승과 인간 : 황봉구

검지 정숙자 2021. 1. 20. 01:26

 

    짐승과 인간(부분)

 

    황봉구

 

 

  인간은 다른 생명체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 그것은 어설픈 자만이다. 먼 옛날 고생대 시절에 바다에서 태어난 조그만 미물이 뭍으로 기어 나와 여러가지 다양한 류와 종으로 진화했다. 그것의 시작은 삼엽충일 수도 있고,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유기체에 불과한 단세포일 수도 있다. 인간은 짐승들과 동일한 근원에서 나왔다. 영장류는 수천만 년 전에 나타났으며, 인류는 대략 오백만 년 전에 영장류 과로부터 속(屬Homo)과 종(種Sapiens)으로 가지를 쳤다. 에티오피아 고원에서 발견된 '루시'는 인류의 조상이다. 루시는 사람(Homo)에 속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opithecus Afarensis)라 불린다. 이로부터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가 나왔고, 다시 호모 일렉투스(Homo Erectus)로 진화했다. 두 발로 걷는 직립 원인이라는 뜻이다. 흔히 말하는 베이징 원인原人이 이에 속하며 베이징 인근의 동굴 주구점周口店에서 발견되었다. 현세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로 불린다. 여러 가지 다른 의견들이 있으나 이들이 살기 시작한 것은 대략 40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진화의 흐름에서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인류에 속하거나, 또는 비슷한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미닌과 같은 존재들이다. 이들도 직립으로 걷고 도구를 사용해서 사냥을 했으며 또한 불을 다룰 줄 알았다. 네안데르탈인은 수만 년 전까지도 호모 사피엔스와 공존했다. 키가 작아 영화에 나오는 호빗으로 불리기도 하는 호미닌은 인도네시아의 섬에서 그 화석이 발견되었다. 이들은 모두 지구에서 멸종되었다. 그들이 사라진 이유는 다양하게 추정되지만 그 정확한 사실은 여전히 수수께끼이다. 궁금한 것은 이들과 인류가 어떻게 공존했을까 하는 점이다. 아마도 생존 경쟁을 위해 서로 다툼을 벌였을 것이 분명하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는 인류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수많은 생명체들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유사인류의 멸종에 현존 인류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그들은 호모 사피엔스에게 그저 짐승과 같은 동물로 인식되지 않았을까. 지나친 상상일까. 인류가 짐승을 가축으로 기르고, 농경사회를 시작한 것은 겨우 만 년 정도에 불과하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나 황하 문명이 발생하고, 인간은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했지만 그것은 진화의 역사에서 극히 짧은 부분이다. 지금부터 일만 년 전이라면 벌써 그것은 인류에게 꿈과 신화의 시대다. 인류가 이 땅에 나타난 이후의 긴 세월을 사람들은 도구의 사용을 기준으로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 등으로 나눈다. 구석기 시대에는 주먹도끼 등을 사용했지만 신석기 시대에는 마제 석기와 같이 좀 더 정교한 도구를 사용했다. 그 이전은 상상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오로지 화석으로 드러나는 진화의 역사만이 있을 뿐이다. (p. 16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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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봉구 에세이 『부대끼는 멍청이의 에세이에서/ 2020. 12. 30. <아침책상> 펴냄

 * 황봉구/ 1948년 경기도 장단 출생, 시집『생선가게를 위한 두 개의 변주』『물어뜯을 수도 없는 숨소리』등, 짧은 산문집『당신은 하늘에 소리를 지르고 싶다』, 여행기『아름다운 중국을 찾아서』『명나라 뒷골목 60일간 헤매기』, 음악 산문집『태초에 음악이 있었다』『소리의 늪』, 회화 산문집『그림의 숲』, 예술철학 에세이『생명의 정신과 예술』(1.2.3권), 산문집『바람의 그림자』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