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도입부)]
향가시회『현대향가』제3집에 부침(부분)
이영신
우리 고유의 시란 무엇인가? 묻는다면 간단명료하게 '우리 민족의 얼과 정신이 서려있는 시'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한 시의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라고 일컫는 향가를 만나게 된다. 향가는 향찰로 기록되어 있는 우리의 시가이다. 즉, 한자의 음과 훈을 빌어서 우리말로 표기한 것이다. 신라 시대부터 고려 초기까지 유행하던 향가가 현재는 삼국유사에 14편, 균여전에 11편이 남아 있다. '서동요'를 비롯하여 합 14편이 삼국유사에 있고, 고려 때 학련정이 엮은 균여 스님의 전기집 『균여전』에, 균여 스님이 지은 '예경제불가禮敬諸佛歌' 등 11편의 향가가 남아 전해지고 있다. 향가에 담겨 있는 주요 내용은 신라 · 고려의 시대적 배경에 의한 불교적 색채를 보이기도 하고 자연과 인간의 삶에 대한 아픔과 달관, 평범한 사람들의 평안과 세상 이치를 노래한 것들이다.
향가가 오래도록 묻혀 있다가 일제 강점기에 일본 학자에 의하여 발굴된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것을 계기로 양주동의 연구를 필두로 하여 학자들 사이에 활발히 논의되어 왔다. 새로운 해석에 있어서 의견이 서로 다르기도 하고 향가 편수를 더하기도 하고 덜하기도 하면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발전을 가져왔다. 일반인 사이에도 널리 퍼지면서 우리 시가에 대한 자부심이 커져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 시의 발전사를 보면 신라와 고려 중기 사이에 향가가 있었고, 고려시대의 가요가 있고 조선시대에 와서는 시조가 주류를 이루었다. 근대시를 거쳐 오늘날의 현대시에 이르렀다. 오늘날 시인들의 작품 창작은 그야말로 백화난만의 시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시의 형태면에서나 내용면에서 추구하는 바가 참으로 다양하다.
시인이란 어떤 사람들인가? 늘 정신의 촉수를 날카롭게 벼리면서 우리말과 우리의 얼을 시로써 추구하며, 삶의 정수를 향하여 나아가는 존재들이다.
2017년 3월에 '노래 중의 노래' '가사 중의 가사' 기치를 갖고 모인 『향가시회』는 진정한 현대향가를 창작하자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일단 시의 형태에서 향찰로 표기한 4구체, 8구체, 10구체의 형식을 취하기로 하였다. 향찰의 형태를 우리 시의 4행시 8행시 10행시로 가져온다는 것의 시비를 가리자면 다소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현대향가』 시는 그 형태 속에 우리의 얼과 정신을 가져온다는 의미이다. 그 형태에 담기는 시정신의 중요성이 요체이기에, 그 형식을 가져온 것에 고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빛나는 보석은 어떤 상황에서도 늘 빛이 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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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가시회_현대향가 제3집『시가 중의 시가』에서/ 2020. 12. 18. <시와표현> 펴냄
* 이영신/ 1981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망미리에서』 『오방색, 주역 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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