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이승하_중국 당나라 3인의 시에 나타난 술(발췌)/ 월하독작 2 : 이백

검지 정숙자 2020. 10. 20. 16:52

 

 

  월하독작月下獨酌

 

  이백(李白 701-762, 61세)

 

 

化間一壺酒 화간일호주/ 꽃 사이에서 한 병의 술을

獨酌無相親 독작무상친/ 친한 이 없이 혼자 마신다.

擧盃邀明月 거배요명월/ 잔을 들고 밝은 달을 맞이하나니

對影成三人 대영성삼인/ 그림자와 나, 셋이 되었다.

月旣不解飮 월기불해음/ 저 달은 이미 술 마실 줄 모르매

影徒我身 영도수아신/ 한갓 그림자만 내 몸 따른다.

暫伴月將影 잠반월장영/ 잠깐이나마 달과 그림자

行樂須及春 행락수급춘/ 이들 짝하여 봄을 즐기리.

 

我歌月徘徊 아가월배회/ 내가 노래하면 달은 서성거리고

我舞影凌亂 아무영릉란/ 내가 춤을 추면 그림자도 따라 춘다.

 

醒時同交歡 성시동교환/ 깨었을 때는 즐거움 나누다가

醉後各分散 취후각분산/ 취했을 때는 각기 흩어지리니

永結無情遊 영결무정유/ 영원히 맺은 더없는 이 놀이를

相期邈雲漢 상기막운한/ 기약하노니, 은한銀漢이 아득하다.

  - 전문 「달 아래서 혼자 술을 마시면서 月下獨酌 2」 (김달진 역)

 

 

  ▶중국 당나라 3인의 시에 나타난 술(발췌)_이승하/ 시인 

  김달진은 『唐詩全書』(민음사, 1987)에 이백의 시 73편을 가려 대표시로 실었다. 한 쪽 분량의 시인 소개를 보니 "어떤 사람은 그가 젊었을 때 칼로 여러 사람을 죽였다 하는데 그 자신도 구태여 (이 일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한다."고 되어 있다. 이원섭은 『이백시선』(현암사, 2003)의 권말에 붙인 연보에서 "협객으로 자처하여 돈을 물 쓰듯 하였고, 사람을 칼로 찌른 적도 몇 번인가 있었다."라고 썼다. 이백은 자신의 시에다 살인을 했다고 쓴 적도 있다. 스무 살 때의 일이었다. 친구 오지남이 죽었을 때 대성통곡한 걸로 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깡패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래는 「강하기한양보록사江夏寄漢陽輔錄事」란 시의 끝 행이다.

 

  託身白刀裏 殺人紅塵中 탁신백도이 살인홍진중 시퍼런 칼에 몸을 맡기고, 붉은 먼지의 거리에서 사람을 죽였다.

 

  이백이 살인을 했다는 것이 좀처럼 믿기지 않지만 생애를 쓰는 사람마다 이백이 젊은 한 때, 칼을 휘두르며 살아갔다고 한다. 26세 때 결혼을 하고선 칼을 안 쓰면서 살아간 듯하다. 젊은 날에는 울분 때문에 칼을 휘둘렀고, 나이가 좀 들어서는 울분을 가라앉히려 시를 썼을 것이다. 현종이나 그 주변 인물들에게 시를 지어 바쳐야 하는 궁중생활에 싫증이 나 현종이 내린 벼슬 한림공봉翰林供奉을 팽개치고 전국 유람에 나선 것까지는 좋았는데 안록산의 난 때 역모에 가담한 영왕永王 이린李璘의 수하에서 막료로 연명하게 된다. 난이 평정되고 나서 당연히 사형에 처해졌어야 하지만 곽자의郭子儀의 구명운동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져 심양과 금릉 일대를 여행하다가 62세 때 죽었다. (p. 시 222-163/ 론 22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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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시학』 2020-가을호 <특별기고> 에서

  * 이승하/ 1984년 《중앙일보》로 등단, 시집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 폭력』등, 저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등, 현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