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김창수_ 샤를 보들레르의『악의 꽃』에...(발췌)/ 우울 : 보들레르

검지 정숙자 2020. 9. 30. 21:11

 

 

    우울憂鬱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나는 千年을 산 것보다 더 많은 追億을 가지고 있다.

 

  계산서들, 시의 원고들, 연애편지들, 소송서류들, 戀歌들,

  영수증들 속에 돌돌 말린 무거운 머리카락들로

  가득 찬 서랍들 달린 한 채의 큰 가구도,

  내 처량한 뇌보다는 비밀들을 덜 감추고 있다.

  그것은 피라미드, 거대한 지하 매장소,

  공동묘지보다 더 많은 시체들을 품고 있다.

     나는 달도 꺼리는 墓地,

  긴 구더기들이 회한처럼 기어가며,

  내 가장 소중한 시체들에 노상 들러붙는다.

  나는 시든 장미들로 가득 찬 낡은 閨房,

  거기, 세월 지난 옷들 한 무더기 널려 있다.

  거기, 怨望하는 듯한 파스텔화와 색 바랜 부세의 그림들만이

  홀로, 마개 빠진 香水甁의 香氣를 호흡하고 있다.

 

  다리 저는 날들보다 더 긴 것은 없다.

  그 때, 눈 내리는 세월의 무거운 눈덩이들 아래서,

  침울한 무관심의 열매, 倦怠가

  不滅의 규모를 갖는다.

     오, 살아 있는 物質! 너는,

  안개 낀 사하라 奧地에서 조는,

  막연한 恐怖에 둘러싸인 한 덩이 화강암에 불과할 뿐,

  無心한 世上이 모르고,

  地圖 위에서 망각된, 그 사나운 성질

  오직 지는 햇살 속에서만 노래하는, 늙은 스핑크스일 따름.

     -전문-

 

 

  샤를 보들레르의『악의 꽃』에 대하여/ 우울과 이상(발췌)_ 김창수/ 교수  

  시집은 재판을 기준할 때 전체가 6부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 부에 배정된 시편의 수는 대단히 고르지 못하다. 절반이 넘는 총 85편의 시가 <憂鬱과理想>을 구성한다. 그 심층에서, 시집은 6부라기보다는 차라리 3개의 상이한 리듬으로 구분된다. 첫째 리듬은 우울과 이상 사이의 연속적인 흔들림과 긴장이다. 이 긴장의 리듬은 『악의 꽃』 전체를 통해 결코 해소되지 않는다. 둘째 리듬은 인공낙원의 시도들이다. 이 시집의 마지막 부인 <죽음>을 감싸는 셋째 리듬은 '미지'와 '새로움'을 향한 미리 예정되어 있던 출발, 혹은 하나의 선택이다. 시인 스스로 '처음'과 '끝'이 있다고 말한 이 시집은 일종의 변증법적 독서를 유혹한다. 그러나 이 시집만큼 비변증법적인 작품도 없다. 보들레르(1821-1867, 46세)의 비극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저 숙명적인 이원성은 극복되지 않는다. 『악의 꽃』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충족성'을 향한 그의 욕망과 불가능의 감정 사이에서 나타나는 긴장과 미결성, 희망과 명철성의 결합, '멜랑콜리'! 그리고 모든 것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죽음에의 역설적인 사랑에서 비롯되는 기이한 에네르기이다. (p. 시 121-122/ 론 107-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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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사』 2020-여름호 <다시 읽어보는 세계의 명시집>에서

   * 현대시가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중에서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애독자를 위해 세계의 명시집을 리바이벌합니다.(p104) // <다시 읽어보는 세계의 명시집>에서는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김창수 교수의 해설로 읽어보고, 보들레르의 시를 리바이벌한다. (이번 호를 내면서」...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