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 선율
루이 아라공(Louis Aragon)/ 맹정현 · 이수련 역
네 모습은 헛되이 나와 만나니
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며, 여기서 나는 네 모습을 비출 뿐
네가 나를 향해 돌아선다고 해도 내 응시의 벽에서
네가 찾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네가 꿈꾸던 너 자신의 그림다
나는 거울과도 같은 불행한 존재
비출 수 있지만 볼 수는 없다네.
나의 눈은 마치 거울처럼 텅 비어 있고 마치 거울처럼
너의 부재에 홀려 아무 것도 보지 못하네.
- 전문, 라캉 『세미나 11』(p. 33-34) // (p. 125)
▶ 아라공의 이 시는 프랑스 판 「님의 침묵」이다(발췌)_ 원구식/ 시인
이 시는 라캉의 『세미나 11』 제2장과 7장 첫머리에 두 번이나 인용되었는데, 굳이 이 시를 정신분석학적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 이 시는 오히려 음악적으로 읽을 때 더 풍부해진다./ 대위법은 두 개 이상의 선율을 독립적으로 활용하여 조화로운 음악을 만드는 작곡기법이다. 바로크 시대의 바흐 음악들이 대표적이고,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유명하다. 이 시에서 두 개의 선율은 물론 루이 아라공(1897-1982, 85세)과 그의 연인 엘자를 뜻한다. 1929년에 태어난 엘자는 러시아혁명 시인 마야코프스키의 처제이다. 첫눈에 반한 아라공은 엘자로부터 혁명과 사랑의 무한한 영감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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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사』 2020-여름호 <이번 호를 여는 시> 에서
* 원구식/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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