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추월하기
정숙자
죽은 나무는 비로소 견고하다
죽은 나무는 죽었다는 사실이 어둡지 않다
다시는 죽을 뻔-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점에서 여유
를 만난다
주검에게 주어진 최대 가치와 최소공배수란 바로 이
런 것일까
영원히 죽었다,는 자각
다시 죽지 않아도 됨이야말로
다시 살아야 해요-보다 몇 킬로그램 퀄리티가 높다
죽음에게 주어진 방점이란 뭐니 뭐니 뒤집어도
역시 완벽한 피리어드죠
와우 와우우 박장대소 일렁인다
어림없는 허리 지지하는 버팀목이
돌아가신 나무의 분절이라는 거, 하 고마운 아기 가로
수들
結을 草를 報恩을 용쓰며 바람에 실어 보낸다
기특도 하지 ‘鬼神’을 홀리다니!
결 깊은 주검들이 ‘정성껏’ 묘목을 에워싼다
들뢰즈 만해 미당 보들레르 보르헤스…
소월 아쿠타가와 연암 융 청마 춘원 카프카 칸트…
무덤마저 지워진 종친들… 헤세 릴케 붓다… 외
서고를 메운 그 나무들 사리들의
-정언
절망도 열정이다 어떠냐 붉은 게 꽃이 아니면
어떠냐 푸른 게 피눈물이면! 멈추지 마라 눕지 마라
다시 죽지 않아도 될 세계로 직진/진입하라
P.S. :죽기 전에 죽어라 그리고 압도하라 체념/비관 따위
-『애지』2011-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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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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