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절망 추월하기/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1. 11. 13. 23:22

 

 

 

   절망 추월하기

 

   정숙자

 

 

  죽은 나무는 비로소 견고하다

  죽은 나무는 죽었다는 사실이 어둡지 않다

  다시는 죽을 뻔-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점에서 여유

를 만난다

  주검에게 주어진 최대 가치와 최소공배수란 바로 이

런 것일까

 

  영원히 죽었다,는 자각

  다시 죽지 않아도 됨이야말로

  다시 살아야 해요-보다 몇 킬로그램 퀄리티가 높다

  죽음에게 주어진 방점이란 뭐니 뭐니 뒤집어도

  역시 완벽한 피리어드죠

  와우 와우우 박장대소 일렁인다

 

  어림없는 허리 지지하는 버팀목이

  돌아가신 나무의 분절이라는 거, 하 고마운 아기 가로

수들

  結을 草를 報恩을 용쓰며 바람에 실어 보낸다

  기특도 하지 ‘鬼神’을 홀리다니!

  결 깊은 주검들이 ‘정성껏’ 묘목을 에워싼다

 

  들뢰즈 만해 미당 보들레르 보르헤스

  소월 아쿠타가와 연암 융 청마 춘원 카프카 칸트

  무덤마저 지워진 종친들 헤세 릴케 붓다

  서고를 메운 그 나무들 사리들의

 

  -정언

 

  절망도 열정이다 어떠냐 붉은 게 꽃이 아니면

  어떠냐 푸른 게 피눈물이면! 멈추지 마라 눕지 마라

  다시 죽지 않아도 될 세계로 직진/진입하라

  P.S. :죽기 전에 죽어라 그리고 압도하라 체념/비관 따위

    -『애지』2011-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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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