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칭 반가사유상
정숙자
한 칸 때문에 엎드릴 것이다
깎고 팔 것이다 바람을 키울 것이다
한 칸 때문에 뒤척일 것이며 물렁뼈 깊어질 것이다
휙휙 휙 머리 날아갈 것이다
맑은 강 바라기도 할 것이다
(그 한 칸이야 기둥이었다가 대들보였다가 서까래였다가 툇마루였
다가… 에라 그게 다 타고난 분모이렷다.)
그 한 칸에 쏟아 부은 기도들이
창이었음을 지붕이었음을
문득 문득 깨치게도 될 것이다
한 칸의 우울, 한 칸의 쓰라림
붓다에게도 그 한 칸은 있었을 것이다
그 한 칸이 바로 그를 해결한 미소였을 것이다
-『애지』2011-겨울호
--------------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숙자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그늘을 지우는 꽃, 꽃을 피우는 죽음 : 금은돌 (0) | 2011.11.14 |
---|---|
꽃 속의 너트/ 정숙자 (0) | 2011.11.13 |
절망 추월하기/ 정숙자 (0) | 2011.11.13 |
판단력 펌핑(pumping)_칸트 프리즈/ 정숙자 (0) | 2011.09.26 |
칸트 프리즈/ 정숙자 (0) | 2011.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