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비대칭 반가사유상/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1. 11. 13. 23:26

 

 

    비대칭 반가사유상

 

     정숙자

 

 

   한 칸 때문에 엎드릴 것이다

   깎고 팔 것이다 바람을 키울 것이다

 

  한 칸 때문에 뒤척일 것이며 물렁뼈 깊어질 것이다

 

  휙휙 휙 머리 날아갈 것이다

  맑은 강 바라기도 할 것이다

 

  (그 한 칸이야 기둥이었다가 대들보였다가 서까래였다가 툇마루였

에라 그게 다 타고난 분모이렷다.)

 

  그 한 칸에 쏟아 부은 기도들이

  창이었음을 지붕이었음을

  문득 문득 깨치게도 될 것이다

 

  한 칸의 우울, 한 칸의 쓰라림

  붓다에게도 그 한 칸은 있었을 것이다

 

  그 한 칸이 바로 그를 해결한 미소였을 것이다  

   -『애지』2011-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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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