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프로젝트-35
정숙자
천재 이상// 그는 21세기를 먼저 살고 갔다가, 20세기에 다시 한
번 살고 간 사람이라고밖에 달리 이해할 도리가 없다.
「1931년(작품제1번)」
“나의폐가맹장염을앓다”
겨우 스물한 살에… 그 시대에…
뭔가 좀 일찍 보았다 해도
그걸 좀 일찍 맛봤다 쳐도
“이렇게 신체의 한 기관을 마치 독립적인 한 존재처럼 의인화하
는 것은 이상의 신체 개념이 단일한 개체로 인식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범순 원본주해 이상시전집 『꽃속에꽃을피우다』2017.
나녹. p.p. 46.47.)
이 친근한 대화는 또 무엇인가?
나는, 더는, 읽지 못하고 그들의 빛을 뇌수와 창자에까지 채워 집
으로 걸어가는 중이다. 백년에도 힘든 경계를 스물 몇 해만에 쓱 허
물어버리고 떠난 해경- Kim.
그의 백골은 지금도 섬광을 뿜고 있으리라. 이런 날 내 산책로는
지표면의 한갓 흙길이 아니라 비공개의 어느 우주로 진입한 게 틀
림없다.
箱! 그의 곁불만으로도 이토록 내면이 타버리는데
그리 빨리 돌아간 비밀, 2×2=4에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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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표현』2018-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