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령, 정 영 길
정숙자
뒤에서 퍽! 소리가 나더라고. 돌아봤더니 한 녀석이 쓰러져 있는 거
야. 지뢰를 밟은 거지. 죽었어요? 아니, 요즘 지뢰는 발목만 나가도록
돼 있어. 적군은 생포가 더 유리하니까.
다른 병사에게 “업어ㅅ” 했지. 그런데 업은 녀석이 덜덜덜 발을 떼지
못해. 또 누가 지뢰를 밟게 될지 모르니까. 모두들 얼어붙었지. 지뢰가
어디 묻혔는지 몰라요? 모르지, 아무도.
“전원 철수” 하고는 내가 다시 선두에 서서 돌아 나왔지. 안 무서웠어
요? 지휘관은 어버이야. 위험지역에서 병사들을 앞세워선 안 돼! 절대!
전방 재직 시 종종 그렇게 DMZ 순찰했던 그. 지금은 국립대전현충원
에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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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시인협회 사화집 / 시인들의 메시지『DMZ』259쪽
* 2015. 2.10. <문학세계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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