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이 노트

용서에 출구가 있다/ 정정수경

검지 정숙자 2014. 9. 20. 02:34

 

 

    <서평>

 

   용서에 출구가 있다

    -필립 얀시『놀라운 하나님의 은혜』

 

     정정수경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던 게 희망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아마도 필립 얀시의 상자 속 최후의 단어는 <은혜>일 것이다.

 

   이 시대 복음주의 기독교를 대표하는 지성인으로 손꼽히는 그가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에서 은혜를 최고의 덕목으로 제시했으니 말이다. 생생한 실화와 저명한 신학자들의 명구를 조화롭게 선보이며, 오래된 주제가 갖는 무게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신선함을 새롭게 불어넣은 그의 책,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펴보자.

 

   “교회가 하는 웬만한 선행은 세상 사람들도 교회만큼은 하거나 더 잘한다. 교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은혜를 끼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는 은혜의 모습은 잃고 오히려 ‘비은혜’의 가지만 뻗어내고 있다. 도덕적 우월감을 드러내거나 세속 문화에 대한 호전적인 태도가 그 예로 꼽힌다.” 예리한 주장이 아닐 수 없는데, 가령 내가 지난주에 행한 못된 짓거리를 털어 놓기(혹은 용서 받기) 가장 어려운 교회 공동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저자는 <비은혜>를 치유하는 처방으로 용서를 말한다. 우리는 용서를 떠올릴 때마다 다른 한 쪽 발로 정의를 짓밟는 것 같은 거북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용서는 애초에 우리의 본성에 서툰 정서"이며 불공평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 과정을 통해 우리도 그 분의 자녀가 되었음을 잊어선 안되겠다. 저자의 말대로 은혜의 복음은 용서로 시작해서 용서로 끝난다.

 

  "용서로 치융받는 최초의, 그리고 많은 경우, 유일한 사람은 바로 용서하는 자다. 진실된 용서는 포로에게 자유를 준다. 그러고 나면 자기가 풀어준 포로가 바로 자기 자신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용서만이 복수와 고통의 악순환을 끊고, 가해자가 겪는 죄책감의 중압을 덜어준다. 피해자의 상처를 떨치는 길도 용서뿐이다. 이는 개인사에서 뿐 아니라 수세기에 걸친 민족 간의 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필립 얀시의 글은 바른 명제만 쏟아내어 독자를 질리게 하거나 졸게 하지 않는다. 포털뉴스에서 방금 발췌해 온 듯 현장감 있는 전개로 주장을 견고하게 한다.

 

   IRA의 폭탄 테러에 딸을 잃고도 폭파범을 용서한 고든 윌슨! 자신을 죽이려했던 암살범을 찾아가 용서한 교황! 유대인 세계에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 동독 국회와 이스라엘의 화해 등등, 저자가 증거하는 실례들을 대하다 보면, 용서가 평범한 우리에게도 '실천 가능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내가 아직 용서하지 못한 그, 또는 그녀를 향한 새로운 마음이 이미 자라났음을 보게 된다. 

                                                                                                                                                      

                                                                                                                  

                                                              

 * ≪선한 목자의 편지≫ 2014.9.7. / 제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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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정수경(본명 : 정수경). 대원외고 중국어과 졸, 고려대 문과대학 한문학과 졸, 가정주부, 선한목자 교회-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