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집 속의 시

『미래의 서정과 감각』김진희/ 발췌

검지 정숙자 2014. 9. 15. 21:53

 

 

   『미래의 서정과 감각』김진희/ 발췌

 

 

 

  문학이 꿈꾸어야 할 미래는 어떤 것일까.

  그리고 문학비평이 바라보는 미래의 방향은 어디인가.

                     (……)

  현재와 같은 사회 속에서는 인간의 미래를 추동하는 힘은 인간의 내면이 아니라 기술력이다. 그러므로 현재 전력 질주하는 삶에 대한 반성 없이 미래를 얻고자 한다면 우리는 곧 21세기 '막다른 골목의 무서운 아해'로 서 있을 것이다. 

                     (……)

  기술과 정보가 만들어내는 미래와는 전혀 다른 미래를, 인간을 중심에 놓고 상상하고 기획해야 한다. 인간을 중심에 두고 사랑, 내면성, 따스함, 친절, 용기, 나눔, 배려, 가치 등의 좌표를 놓고 미래의 지형을 구성해야 한다.

                     (……)

  문학 비평은 미래를 향해 열려 있다.

                     (……)

  문학비평가로 등단한 이후 비평은 나를 문학적, 사회적 인간으로 성장시켰다.  -<머리말>에서

 

 

  * 시론집『활과 리라』에서 옥타비오파스는 미래의 서정시가 `진정한 시가 되고자 한다면 낭만주의적 경험으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 바 있다.  -13쪽

 

  * 정지용은 「시의 옹호」에서 시인은 구극(究極)에서 언어문자가 그다지 대수롭지 않고 정신적인 것에서 정신적을 것을 조준해야 함을 역설한다.  -51쪽

 

  * 2005년 전후 등장한 젊은 시인들은 '미래파'(권혁웅), '다른 서정'(이장욱), '뉴웨이브'(신형철) 등으로 명명되었는데, 이 중에서 미래파라는 용어가 문단에서 가장 폭넓게 사용되었다. 이들은 탈근대의 아이들 등으로 불려지기도 했는데, 이들에게 탈근대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주제와 방법론이 근대적인 미학에 반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57쪽

 

  * 황병승을 포함하며 미래파의 미학을 이야기할 때, 환상과 해체, 동화적 상상력 등이 주요하게 거론된다. 이 요소들은 함께 작용하면서 새로운 시의 문법을 만들어 내는데, 이런 특성은 분명 전통적인 서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문법을 담고 있다.  (……)   한편 최근 한국 시단에서 해체는 환상에 부수적으로 따라다니는 어떤 기술적인 전략으로 이해되고 있다.  (……)  즉 환상은 독자가 읽을 때 지속적인 느낌이나 플롯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환상시는 자연스럽게 서정시의 정통 문법을 해체하고 서사적 문법을 만들어 나간다.  -58쪽

  - 환상시라고 하는 작품들에서는 기존 소설의 주인공과 시적 자아의 겹침이나 혹은 낯선 영어나 사람 이름 등이 많이 나타난다.  -59쪽

  - 미래파의 작품들은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장치들로 하위문화 장르를 적극 이용해왔다.  (……)  평론가들은 미래파의 미학을 새로운 것으로 부각시킴으로써 기존 시 문법과의 '차이'를 강조했고, 세대론적 단절을 공고히 하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던 다양한 실험적 형식은 차이에서 나아가 소통의 단절이라는 문제로 확장되기도 했다. 미래파 논쟁을 촉발했던 권혁웅이 평론을 쓰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소통의 문제 때문이었는데, 젊은 시인들 작품의 난해성이 텍스트와의 소통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지적에 대한 평자 나름의 독법을 제시한 것이었다.  -60쪽

  -한편 미래파의 등장에 당혹스러워하거나, 혹은 열렬하던 문단의 반응은 2006년 이후, 공전(空轉)되어 왔다.  (……)  젠더와 국가의 경계를 넘는 황병승의 시작(詩作)은 『여장남자 시코쿠』(2005), 『트랙과 들판의 별』(2007)을 거쳐 최근 『육체쇼와 전집』(2013)에 이르기까지 탈주체와 혼성주체가 드러나는 것은 여전하지만 그 중심에서 주체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  -61쪽

 

  * 생태나 환경오염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 시인으로 이하석은 자본주의적 현실 속에서의 욕망과 그것이 양산하는 쓰레기 같은 '것들' (이하석, 『것들』, 2006))의 존재에 주목한다. 이문재는 『제국호텔』(2004)에서 자본주의적 속도, 과잉욕망 등을 문제 삼으면서 근대적 삶의 패러다임에 대한 비판과 반성의 사유를 시화했다. 최근 생태에 대한 문제의식이 범문단 차원으로 확장되었긴 하지만, 첨예한 문제의식을 통해 생태의 문제를 근대라는 패러다임, 또 자본주의적 삶의 문제와 연결시키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66~67쪽 

 

  * 죠르쥬 바타이유(Georges Bataille)는 성행위를 통해 인간이 완전한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데, 이때 두 존재는 개별자로서의 죽음을 체험한다고 한다.  -298쪽

 

 

  ***『미래의 서정과 감각』2014. 3.30. <서정시학> 펴냄 

  *** 김진희/ 서울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 받음

  *** 1996년 『세계일보』신춘문예-평론부문 등단,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인문과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