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의 에티카』 신형철/ 발췌
* 나는 늘 난해함에는 관대했지만 태만함에는 냉담했다. p6
* 오이디푸스가 수수께끼는 풀었으되 사실은 풀지 못했다. p66
* 최상의 서정시들은 제도 안에서 제도를 갱신하는 저력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여전히 최상의 시는 바로 그런 시들일 가능성이 높다. p212
* 시는 세계를 인식하고 재현하는 상투적인 방식과 싸운다. 우선 상투적인 언어들을 전복할 것. 그를 통해 사유를 전복하고, 가능하다면 세계를 전복할 것. 이것이 시인 카타콤의 조직 강령이다. 서사를 장착할 필요는 없다. 교훈도 옵션이다. 언어 그 자체를 직접 타격한다. 이것이 시인 카타콤의 조직 강령이다. 상투형을 인식할 능력이 없거나 그것과 타협한 시인을 시인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상투적인 것은 시의 극우(極右)이고, 상투형의 전복은 시의 제1윤리다. P247
* 문학에서 정답은 늘 미지입니다. 그리고 그 미지에 대한 기다림이 비평의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p273
* 우리는 시를 이해하기 좋은 것으로 만들려는 욕망과 싸워야 합니다. 시인은 이미 '존재하는 인간'을 향해 말을 걸기보다는 '장차 도래할 인간'을 향해 말을 걸어야 합니다. p282
* 최근의 한국시는 발악(發樂) 중인 난장(亂場)입니다. 이토록 시의 사운드가 중구난방 만화방창이었던 적이 있었던가요. p407
* 어찌할 수 없는 헤어짐을 이별(離別)이라 하고, 제 힘으로 갈라서는 헤어짐을 작별(作別)이라 한다. 이별은 '겪는' 것이고 작별은 '하는' 것이다. p412
* 초월을 꿈꾸는 자는 인간이라는 조건에 늘 발목을 잡힌다. p428
* 절반만 말하고 이쯤에서 멈추어야 참으로 우아하다. p431
* 귀신 들린 듯 행복해 하거나 자멸적으로 불행하거나 둘 중 하나다. 시인에게 중간은 없다. p432
* -「烏瞰圖 詩 第15號」, (…) , 이 시는 이상의 전체 시작품 중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시에 속하고, 거울 관련 시들 중에서도 결정판에 해당된다. p496
* 서정시는 가장 왜소할 때 가장 거대하고, 가장 무력할 때 가장 위대하다. p512
* 시적인 것의 (과학적) 실재성이 확증된다면, 어느 날 시가 내게로 찾아왔다든가 혹은 나는 신의 말을 대신 받아쓴 것에 불과하다든가 하는 식의 낭만주의적 발상은 척결되고 말 것이다. p543
* 문수보살이 몸져누워 있는 유마거사를 방문했을 때, 병의 원인에 대해 묻는 문수보살에게 유마힐은 이렇게 대답한다. "문수보살이시여, 모든 중생들의 아픔이 남아있는 한, 제 아픔 역시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혹시 모든 사람들이 병고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때 비로소 제 병도 씻은 듯이 낫겠지요." p548 / (불전간행회 엮음, 『유마경』, 박용길 옮김, 민족사, 1993, 90쪽) ※각주15) 中
* 진정한 의미의 의사소통이란 아직 밝혀져 있지 않은 위험한 진실 속으로 시인과 독자가 함께 뛰어드는 일이다. p553 / ※각주 20) 中
* 밤하늘의 어지러운 별자리를 보면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누구나 길잡이별에 의지해야 한다. p557
* 백치를 조롱할 수는 있어도 싸워 이길 수는 없다. p629
* 욕망은 가까운 곳에서 천 개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랑은 먼 곳에서 단 하나의 얼굴로 빛나고 있다. p665
* 두 종류의 비평가가 있다. 능동적(active) 비평가, 그들은 앞서서 기준을 정립하고 미답의 가치를 발굴한다. 반동적(reactive) 비평가, 그들은 정립된 기준을 뒤늦게 추종 혹은 비난하고 이미 답보된 가치만을 안전하게 숭상한다. 전자가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지도를 그려나가면, 후자는 잰걸음으로 따라오면서 이러쿵저러쿵 말을 보태거나 흠을 잡는다. P709
* 나는 문학을 사랑한다. 문학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어쩔 수가 없다.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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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론집『몰락의 에티카』에서/ 1판 1쇄 2008.12.12, 1판 7쇄 2010.9.17 <(주)문학동네> 펴냄
* 신형철/ 1976년 출생,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 2005년『문학동네』봄호에 평론을 발표하면서 등단. 현재『문학동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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